2021101301000401600020111

인천 화물차 운전사들은 휴게·주차시설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대로 쉬지 못하는 운전사들은 항상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다. 부족한 인프라는 교통사고 발생의 주요 원인인데, 화물차 전용 휴게시설이 지역사회에서 혐오시설로 인식되다 보니 시설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9년 발생한 화물차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인천 지역 사망자가 34명으로 서울(35명) 다음으로 많다. 인천의 교통사고 횟수가 서울의 3분의1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사망률이 높다. → 그래프 참조

인천은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물류 도시다. 이 때문에 공항·항만을 오가는 화물차 운행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천에 등록된 영업용 화물차는 3만2천318대로, 전국 43만3천356대의 7.46%이지만 운행 빈도나 횟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화물차 전용 휴게시설은 1개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는 33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지역사회 휴게공간 혐오시설 인식
운전자 피로 누적에도 확충 어려움


인천은 화물차 주차장도 부족하다. 인천 화물차 등록 대수는 3만2천318대인데, 주차장은 5천560면(17.2%)에 불과하다. 화물차 주차·휴게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화물차 운전기사 박석철(42)씨는 "무리한 운행은 나 자신도 위험하지만 다른 차들도 위험할 수 있다"며 "주차장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화물차 운전사 박종관(56)씨는 "고속도로에는 그나마 휴게소가 있지만 인천은 휴게 시설이 너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주차장 확보 방안을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1.jpg
인천 신항 인근에서 컨테이너 상·하차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화물차들이 줄지어 있다. 화물차 기사들은 업무 특성상 하루 종일 운전대를 잡아야 하지만 휴게 시설이 부족해 제대로 쉬거나 식사를 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2021.10.12 /화물연대 제공

"무리한 운행은 다른차들도 위험해
정부·지자체 근본대책 머리맞대야"

인천연구원 박민호 연구위원은 "인천은 화물차 사망사고의 비율이 높은데, 이를 막기 위해서 대규모가 아니더라도 도시 곳곳에 화물차가 주차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산업단지는 야간통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도로 일부를 야간에만 화물차들이 주차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정관목 교수는 "휴게·주차시설 확보는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화물차 운전사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제도적 정비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릴 순 있지만 정책이 실현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인천은 물류 수요가 많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화물차 인프라 확충 정책을 자체적으로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관계자는 "화물차는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물류 인프라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혐오시설처럼 인식되고 있다"며 "주차·휴게시설 부족에서 오는 여러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 화물차에 대한 인식 개선과 시설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정운·유진주기자 jw33@kyeongin.com

202110130100040160002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