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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주 문화체육팀 기자
돌이켜 보면 나의 학창시절에는 미국, 일본 등 외국 드라마와 음악, 연예인들이 관심의 대상이었다. 외국어로 된 노래를 외워 흥얼거리고, 그들이 나오는 방송을 보기 위해 한글자막은 필수였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는 바뀌었다. K-팝, K-드라마, K-푸드 등 한국이란 이름표가 붙은 문화의 개념은 더욱 광범위해졌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우리나라 연예인들의 영상에 외국어 자막이 있는 것을 보고 새삼 우리 문화의 힘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부심 속에서 우리가 문화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인 듯하다.

사실 문화는 늘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행정기관의 예산 삭감 우선순위 역시 문화다. 먹고 사는 문제와 동떨어진 분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하나의 예로 경기도 미술관·박물관의 소장품 구입예산을 보자. 단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던 예산이 2018년부터 편성되기 시작했는데 올해 반토막(5억원) 났다. 이 예산으로 경기도 산하 미술관·박물관 6곳이 나눠서 소장품을 구입해야 한다.

경기도의 문화 관련 예산도 가까운 서울·인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데, 2018년부터 전체 예산의 2%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이 세상에 드러났을 때도 수많은 지역에서 미술관을 유치하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정치적 구호쯤에 그치고 말았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문화는 거창하고 고급스럽다거나, 일부 관심 있는 사람만 찾아 누리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다변화된 문화의 저변에는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누구나 무엇이든 즐길 수 있는 것이 문화라고 한다면, 이제는 이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오징어게임의 전 세계 시청자가 1억1천만명이 넘은 것처럼 말이다.

/구민주 문화체육팀 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