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 차량 한 대 올라갑니다. 주파수랑 자리 안내받으세요."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린 지난 16일 오후 7시10분께, 용인의 한 자동차극장 매표소로 전조등을 켠 차량이 하나둘 들어섰다.
1시간여 뒤 상영관 두 곳에서 동시에 상영되는 영화 '베놈2'와 '보이스' 중 한 편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현장 직원은 발권을 끝낸 차량들을 상영 자리로 순서대로 올려보냈다. 오후 7시30분이 되자 매표소 하나에 줄 지어선 차량만 6대가 넘었다.
발권을 기다리던 한모(36·용인)씨는 "가족들과 맘 편히 먹고 떠들면서 개봉 영화를 볼 수 있어 종종 찾는다"면서도 "상영이 임박하면 차가 줄을 서 기다려야 하고 마감돼 돌아가는 경우도 있어 때론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 걱정이 없는 경기도 내 자동차극장이 새로운 문화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온라인 예매가 불가능한데다가 현금 발권을 유도하기도 해 볼멘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전국 26곳중 경기도 9곳… 취식·대화 가능 관람객 많아 조기 매진
온라인 예매없이 현장 발권만… 긴줄 빌미로 현금 결제 유도 '눈살'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극장은 모두 26개로, 광역시·도 중 경기도에 9개로 가장 많다. 9개 자동차극장 전체 스크린 수는 총 13개로, 한 번에 수용 가능한 차량 대수(만차 기준)는 908대에 달한다.
그간 주목도가 낮았던 자동차극장이 반전을 맞이한 건 지난해 코로나19가 국내에 발생한 이후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멀티플렉스관들이 인원 제한 등으로 부침을 겪는 동안, 비대면 관람이 가능한 자동차극장으로 관람객들이 시선을 돌렸다.
취식도 자유롭고, 맘껏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자동차극장의 매력으로 꼽힌다. CGV와 롯데시네마 등 대형 멀티플렉스사들도 처음으로 지난 6월 인천과 부산에 자동차극장을 열기도 했다.
도내 한 자동차극장 관계자는 "지난 7~8월에는 200석 주차석이 매진돼 차량이 왔다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자동차극장에 온전히 만족하는 건 아니다. 온라인 예매가 불가능한 점이 대표적인 애로사항이다. 18일 기준 도내 9개 상영관 모두 온라인 예매 시스템 없이 현장 발권만 가능했다.
상영을 1시간 앞두고 길게는 30분까지 줄을 선 채 안내를 기다려야 하는 데다 긴 줄을 빌미로 '현금 납부'를 권유하는 표기를 해놓기도 해 눈살을 찌푸렸다는 평이 관람객들 사이에서 다수 나오는 추세다.
지난 16일 도내 한 자동차극장을 방문한 정모(33)씨는 "대안이 없어 자동차극장을 찾지만 예매시스템이 없고 현금을 유도해 불편한 점이 있다"며 "예매시스템을 잘 갖춘 멀티플렉스사들의 자동차 극장이 생기면 발길을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