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는 썩어 문드러진 주택공급 시장에 대한 국민적 환멸로 얼룩질 모양이다. 연초 발생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부동산 투기사건은 충격적이었다. 공공주택 공급을 책임진 공기업 직원들이 개발정보를 빼내 3기 신도시 예정지의 부동산을 약탈했다. 지금은 여당 대통령 후보가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사업이라던 성남시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에서 민간인 몇명이 8천억원 이상의 돈벼락을 맞아 국민 전체의 혼을 빼놓고 있다.

공영개발과 민관공동개발 구분 없이 소수의 모리배들이 원주민과 입주민을 약탈하는 사악한 주택공급 시장의 현실은 순수 민간개발 방식인 주택 재개발 사업이라고 다를 게 없었다. 경인일보가 최근 연재한 '주택 재개발 사업 집중진단' 연속보도에 따르면 막대한 이권을 좌지우지하는 재개발조합 운영권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 복마전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 재개발 사업은 낙후된 주거공간을 거주민들의 자발적 동의로 개선하는 사업으로 전적으로 주민이 구성한 재개발조합이 주도한다. 규모가 큰 사업은 미니 신도시급에 버금가기도 한다. 재개발 사업의 가장 큰 이권은 시공권이다. 건설사들은 목숨을 걸고 시공권 확보 경쟁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조합을 대상으로 막가파식 로비가 벌어지고, 시공권을 담보로 사익을 챙긴 조합 간부들이 형사 처벌을 받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기본적인 비리구조를 발판삼아 일상화된 작위적인 조합 쟁탈전으로 재개발 사업은 막장으로 치닫는다. 대부분의 재개발 사업 현장에서는 조합과 이에 저항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동시에 존재한다. 조합의 부실을 감시하는 비대위 활동을 비난할 수 없으나, 조합의 운영권을 빼앗기 위해 고소·고발을 양산하는 비대위도 적지 않다고 하니 문제이다. 표면적으로는 조합과 비대위의 갈등이지만 속사정은 시공과 하청 이권을 챙기려는 경쟁 업체들의 대리전이라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즉 조합 주도권을 쥐려는 조합원들의 편싸움에 이권에 혈안이 된 시공업체들이 편승하면, 선량한 조합원들의 이익을 약탈할 수 있는 부패 사다리를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공영개발, 민관공동개발, 순수민간개발 등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모든 정책 수단이 국민을 약탈하는 정상배와 모리배들의 돈벌이 창구로 전락했다. 쓸데없는 규제들을 남발하고 반드시 필요한 규제가 미비한 탓에 초래된 국민적 재앙이다. 주택공급 정책의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