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도 국정감사에 나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이 도의 자료 제출 문제 등을 두고 시작부터 거센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대장동 개발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였는데, 이재명 도지사는 "도둑질을 한 것은 국민의힘"이라고 말했고 국민의힘 측은 "도둑질 한 것은 이재명"이라고 맞받았다.
"국가 위임 사무와 관계 없는 것은 못 드리더라도 이해 부탁한다"는 이재명 도지사의 말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선택적 제출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선 "사찰 수준으로 자료를 요구한다"며 이 지사 엄호에 나섰다.
이 지사는 이날 국감 초반 "국감은 인사청문회가 아니다. 도지사직 직무와 아무 관련 없는 과거 시장 시절의 업무, 사생활, 인적 관계에 대한 무제한적 공격이 있었다. 국가 위임 사무와 관계 없는 것은 제가 못 드리더라도 이해 부탁한다. 그 부분은 감사 권한에 속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송석준(이천)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 위임 사무와 관련해서 자료를 요구했는데 (제출이) 안 되고 있다"고 맞받으면서 성남시장·도지사 재임 기간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해 보고받은 내역, 회의록, 비서진과의 통화 목록 일체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같은 당 박성민 의원 역시 "대장동 사업 관련한 자료가 전혀 오지 않았다. 광역교통부담금 현황에 대해서도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도 "이 지사가 불리한 자료는 자치사무, 타 기관 사무라는 이유를 들면서 제출하지 않고 있다. 대장동 사업 관련 주주 협약서는 15페이지만 발췌하는 등 선택적으로 제출했다. 요구된 자료를 선택적으로 제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성남시 자료라고 해도 도지사 입장에서 시에 적극 요구해서 제출해달라"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문정복(시흥갑) 민주당 의원은 "사찰 수준으로 자료를 요구한다. 국회의원이 이러면 안 된다"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비판했다. 문 의원은 "앞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감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무법자 영화를 찍는 줄 알았다. 도청에 와서 성남시 자료를 내놓으라고 하고 30만평(99만㎡) 이하 사업은 광역교통계획 수립을 안 한다.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제출을 하나"라며 "저는 지방의원 출신인데 지방의원이 국가 사무 자료를 요구하면 단 한 장이라도 주는 줄 아나. 그런데 왜 국회의원들은 지방사무에 대해서 마구 요구하나. 그러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같은 당 김윤덕 의원 역시 "지난 행안위 국감에서 조폭이니 뭐니 하면서 허위 내용으로 증인을 몰아세우는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 국감은 지방정부 행정을 존중하면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지사의 답변 시간을 두고도 여야 의원들은 충돌했다. 심상정(고양갑) 정의당 의원에 대한 이 지사의 답변이 길어지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감사반장을 맡은 조응천(남양주갑) 민주당 의원은 "제가 다 시간을 보고 있다.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답변할 시간은 줘야 하지 않나. 국민들께선 일방적인 질문만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라며 스톱워치까지 꺼내들었다.
이 지사가 국가 위임 사무와 관계 없는 것은 답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날 국감 역시 초반부터 대장동 개발 의혹을 둘러싼 설전으로 치달았다. 급기야 박성민 의원이 "도둑질을 한 사람은 누군가"라고 이 지사를 몰아세우자, 이 지사는 "그게 국민의힘"이라고 역공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도둑질한 사람은 이재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