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여야 정치권은 유력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날(19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두고 공방이 뜨거웠다.
더불어민주당은 '살인마 전두환을 찬양'한 윤 후보를 용납할 수 없다고 날 선 비판을 이어갔고, 윤 후보는 "대통령이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 제 역량을 발휘하겠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나온 발언"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같은 당에서 경쟁하는 대선 주자들도 '실언', '망언'이라며 비판대열에 목소리를 높였다.
여 "선거 급하다 해도… 망언 끝판
롤모델임을 실토한 것과 다름없어"
민주당 김용민(남양주병)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살인마 전두환을 찬양하는 윤석열 후보의 발언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그가 과거 광주에서 흘린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었음을 자백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김영배 최고위원도 "'망언 끝판왕' 윤 후보가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을 했다. 선거가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살인마에게까지 표를 구걸하느냐"면서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리는 전두환이 (자신의) 롤모델임을 실토한 것과 다름없다"고 윤 전 총장을 직격했다.
당내 의원들의 비판 행렬도 이어졌다.
박찬대(인천 연수갑) 의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군복이 사라진 자리에 법복을 입은 전두환이 활개 치는 게 아닌가 개탄스럽다"며 "21세기형 전두환이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고 했고, 황운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여전히 대통령의 역할과 왕조시대 왕의 역할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과거 모의재판 무기징역 선고
독재 역사적사실 의식엔 변함없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SNS를 통해 "전두환 정권이 독재를 했고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했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어제 제가 하고자 했던 말씀은 대통령이 되면 각 분야 전문가 등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 제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대통령이 만기친람해서 모든 걸 좌지우지하지 않고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이 능력과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서 국정을 시스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전두환 독재 정권) 당시 대학생이었던 저는 12·12 모의재판에서 판사 역할을 하면서 당시 신군부 실세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사람"이라는 점도 설명했다.
이어 대구 방문 중에 기자들과 만나 '광주를 찾아 사과할 의향이 있나'라는 질문에 "이게 무슨, 제가 그걸 가지고 호남인들을, 화를 내게 하려고 한 이야기도 아니고…"라며 사실상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대권 경쟁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기자 간담회에서 "아무리 좋게 봐도 큰 실언이고, 솔직하게는 본인의 역사 인식과 어떤 인식의 천박함을 나타내는 망언"이라고 비판했고, 홍준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이언주 전 의원은 "국가 폭력을 휘두른 분이고 (윤 후보) 역사의식 전반에 문제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정의종·김연태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