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오후 5시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가 첫 비행에서 아쉽게 실패했지만 '성공에 가까운 실패'로 평가된다. 누리호는 이륙 후 1단, 페어링, 2단, 위성 모사체 분리 등의 절차는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위성이 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 신규 개발 로켓이 첫 발사에서 성공할 확률은 30% 수준이다. 아쉬움은 남지만 누리호의 첫 비행은 국내 우주항공산업 발전의 자양분이 될 게 분명하다. 누리호는 길이 47.2m, 중량 200t, 3단 규모로 1.5t급 모사체 위성(더미 위성)을 탑재했다. 2010년 3월부터 국내 연구진·기업이 엔진과 탱크 등 누리호의 핵심 부분은 물론 발사대까지 모두 만들었다.

누리호 발사를 계기로 우주항공산업 육성에 정부와 경기도·인천시 등 지자체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통 제조업이 우주항공산업으로 고도화할 수 있게 지원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0년 우주산업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449개 기관 중 227개(50.6%)가 수도권에 있다. 민간 기업의 53.8%(359개 중 193개)는 수도권에서 연구개발·생산 활동을 하고 있다. 우주산업 관련 대학은 57개가 있는데, 이 중 26개교가 수도권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 중이다. 우주산업 관련 기관·기업·대학의 절반 정도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셈으로, 이는 우주항공산업 발전에 있어 수도권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경기도는 무인이동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인천시는 도심항공교통(UAM) 관련 기업을 발굴·지원하고 있다. 최근 인천시는 국제 항공우주·방산 분야 전문 무역전시회 '서울 ADEX 2021'에 참가해 개인용비행체(PAV) 핵심 부품과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경기·인천 지역에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인하대, 항공우주산학융합원, 인천국제공항 등 우주항공산업의 발전을 이끌 기관·대학들도 있다.

경기와 인천은 경제자유구역과 국가산업단지를 갖추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관·대학·기업이 우주항공산업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인근 산업단지에서 핵심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구조다.

하나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촘촘한 네트워크와 탄탄한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성장하고, 제조업 등 기존 산업 분야 기업이 첨단 산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더욱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