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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수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하루를 마무리할 때면 어김없이 불청객이 찾아온다. 온 동네가 떠나갈 듯한 굉음을 내뿜으며 도로를 질주하는 불법개조 오토바이다. 잠을 청하려 눕자 오토바이 한 대가 기다렸다는 듯이 귀청을 때리며 지나간다. 욱하는 마음에 밖을 내다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도로는 잠잠하다. 겨우 잠이 들면 또 다른 오토바이가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를 남기며 저 멀리 사라져 간다. 마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술래가 된 것 같다. 이마를 손에 대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말하는 사이 등 뒤에서 슬금슬금 다가오는 인기척에 신경이 곤두서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꼼짝도 않던 친구들을 보면서 바짝 약이 올랐던 기분과 비슷하다. 창문을 닫아도 별 소용은 없다. 이어폰을 꽂거나 귀마개까지 동원했지만, 아닌 밤중에 '고막 테러'를 당하고 나면 잠이 쉽게 올 리 없다.

현장 단속에 나서는 경찰들이 '상시 단속' 현수막을 내걸고 암행 순찰차까지 동원하지만 역부족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불법개조 오토바이를 따라가서 잡아내기도 쉽지 않지만, 막상 잡아도 소음 허용 기준치를 넘어서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상 이륜차의 소음 허용기준치는 105㏈. 오토바이를 세운 상태로 배기음을 측정하면 허용치를 넘기는 오토바이는 거의 없다. 달리는 순간 발생하는 굉음 수준의 데시벨이 측정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경찰이 현장 단속에 나서서 어렵게 측정해도,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히 운행해달라'는 안내 외에는 딱히 취할 조치가 없다.

이륙하는 항공기나 달리는 기차에서 나오는 소음이 100㏈ 정도인데, 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의 소음 허용치가 이보다 높은 건 이해하기 어렵다. 매일 밤 곳곳에서 예고 없이 도시의 적막을 깨는 오토바이의 굉음을 단속으로만 대응하는 건 한계가 뚜렷하다.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소음 기준 허용치를 하루빨리 낮춰야 할 때다.

/한달수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