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수원 권선구의 한 재개발단지 조합장이 새로 뽑혀 멈췄던 사업이 재개될 전망이라는 소식에 문동식(가명)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철거가 반쯤만 돼 가위로 싹둑 잘린 것 같은 위태로운 건물 옥상의 망루에서 밤낮으로 철거에 맞서온 동식씨를 본 그날이다. 당시 그는 내게 다짜고짜 "난 기자를 안 믿어"라고 했다. 그러다 지나가듯 이런 말도 했다. "부모가 일궈 놓은 땅인데…. 30년이 넘도록 내가 이 자리에 살았는데…." 나지막했지만 선명하게 귀에 꽂혀 멈칫했던 것 같다. 물론 기사 방향과 어긋난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그 말을 뒤로하고 다음 장소로 발을 뗐다. 어쩌면 그 말을 모른 체하려 애썼던 것 같다.
'설루션 저널리즘'은 언론계에서 여전히 핫한 화두다. 고발과 비판은 됐으니, 언론이 사회 문제의 해결사로 거듭나라는 취지로 들린다. 무작정 까대는 언론 관행에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몰라 헤매고, 때론 부러 모른 체해야 속이 편한 내게 먼 나라 얘기가 아닐까. 그보다 꼭 해야 할 질문을 던지고, 편견 없이 대답을 받아들일 마음은 준비돼 있는가. 나는 여전히 이 물음 앞에서 자신이 없다.
/조수현 경제부 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