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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현 경제부 기자
의정부의 어느 택시조합 사무실을 찾았을 때다. '카카오T 블루' 가맹을 얻지 못한 기사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던 와중에 최성원(가명)씨가 "나라고 힘든 게 없겠어요?"라며 동료들의 말을 끊고 중간에 끼어들었다. 성원씨는 다른 기사들과 달리 카카오 가맹 택시를 몰았다. 성원씨는 영문도 모른 채 평점이 깎여 속앓이를 하는 것에 대해, "콜이 더 들어오니 '사납금'을 더 내라"는 회사의 압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보다 그를 더 짓누르는 건 동료들에 비해 사정이 조금 낫다는 사실 자체다. 그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들을 단일한 어려움을 가진 하나의 '집합'쯤으로 여겼다. 제각각 감춰둔 속사정을 꺼내며 열을 올리는데, 나는 맨숭맨숭한 표정으로 목청이 높아지는 지점을 좇아 고개만 움직였던 거 같다. 플랫폼 안팎 누구나 개별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그때까지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며칠 전 수원 권선구의 한 재개발단지 조합장이 새로 뽑혀 멈췄던 사업이 재개될 전망이라는 소식에 문동식(가명)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철거가 반쯤만 돼 가위로 싹둑 잘린 것 같은 위태로운 건물 옥상의 망루에서 밤낮으로 철거에 맞서온 동식씨를 본 그날이다. 당시 그는 내게 다짜고짜 "난 기자를 안 믿어"라고 했다. 그러다 지나가듯 이런 말도 했다. "부모가 일궈 놓은 땅인데…. 30년이 넘도록 내가 이 자리에 살았는데…." 나지막했지만 선명하게 귀에 꽂혀 멈칫했던 것 같다. 물론 기사 방향과 어긋난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그 말을 뒤로하고 다음 장소로 발을 뗐다. 어쩌면 그 말을 모른 체하려 애썼던 것 같다.

'설루션 저널리즘'은 언론계에서 여전히 핫한 화두다. 고발과 비판은 됐으니, 언론이 사회 문제의 해결사로 거듭나라는 취지로 들린다. 무작정 까대는 언론 관행에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몰라 헤매고, 때론 부러 모른 체해야 속이 편한 내게 먼 나라 얘기가 아닐까. 그보다 꼭 해야 할 질문을 던지고, 편견 없이 대답을 받아들일 마음은 준비돼 있는가. 나는 여전히 이 물음 앞에서 자신이 없다.

/조수현 경제부 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