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군은 경기도 최북단으로, 지리적으로는 변방이지만 관광·문화에서만큼은 도내 중심 도시로 손꼽힌다. 전곡리 선사 유적은 한반도 최초 인류가 살았던 곳으로 교과서를 통해 이미 한번쯤은 누구나 접했을 문화유산이다. 재인폭포와 임진강 주상절리를 품은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도 연천을 수놓는 천혜 자원 중 하나다.
연천 푸르내마을은 이런 배경 속 지난 2009년 체험마을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해마다 성장해 벼농사, 오이 재배 체험 등 현재는 50여종의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체험객들을 맞고 있다.
지난 2016년 안양에서 푸르내마을로 귀촌한 최원호(69)·김해옥(65)씨 부부는 "체험마을 때문에 왔다가 귀촌까지 하게 됐다. 이 마을의 '사람 냄새'가 좋다"며 밝게 웃었다.
부부의 표현대로 '사람 냄새'나는 푸르내마을에 최근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최한 '제8회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의 소득·체험분야에서 농식품부 장관 표창(은상)을 수상한 것이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가 지역 마을의 활력을 도모하고, 우수 활동 사례를 꼽기 위해 시작한 이 콘테스트에 올해에만 전국 1천994개 마을이 참여했다.
오이 활용 세정제 등 제작 선봬
농식품부 콘테스트 '장관 표창'
현판 제막식 이어 지역상생포럼
농기구 운반 문제 등 의견 나눠
푸르내마을은 본선 PT 자리에서 농촌 체험 및 지질공원 탐험 프로그램 등을 내세운 한편 특산물인 오이를 이용한 세정제·화장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비밀병기'로 꺼냈고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지난 27일 푸르내마을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 은상 수상에 따른 현판 제막식을 위한 것이었다.
이승재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과 김광철 연천군수 등도 참여했다. 제막식에 이어 지역상생포럼도 열렸다. 지역 주민들이 허심탄회하게 마을의 문제점 등을 얘기하면 도농 전문가 4명이 제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푸르내마을에서 오이를 기르는 윤전한(67)씨는 '나이 든 농사꾼' 입장에서 농기구를 옮기는 일이 버겁다고 하소연했다. 마을 내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만큼 그에 맞는 농기구 운반 시스템 등을 지자체가 마련해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김광남 박사는 "시스템이 부재한 것도 문제고, 농민들의 인건비가 매년 오르는 문제도 있다. 지자체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원주민들과 귀촌 주민들 간 화합이 어렵다는 '고백'도 나왔다. 푸르내마을 토박이인 김선기(62)씨는 "솔직히 원주민들과 도시민들의 생활 문법이 다르다"고 토로했다. 이태겸 박사는 "귀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교육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푸르내마을이 지속가능한 체험단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주민들의 질문도 끊이지 않았다.
조혜원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장은 "푸르내마을과 도심 속 지자체 하나를 연계해 마을을 도시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현구 '디자인 홈' 대표는 "연천이 가진 자원을 뽐낼 수 있는 홍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재 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은 "코로나19로 농촌 관광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 속 푸르내마을이 거둔 성과는 마을주민과 지자체, 유관 기관이 합심해 이룬 것"이라며 "농어촌공사가 마을주민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