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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연합뉴스

양육비 지급 책임을 저버린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했던 '배드파더스' 대표 활동가 구본창씨가 최근 법정(29일 인터넷 보도=검찰, 배드파더스 대표 활동가 구본창 벌금형 구형… 구씨 "후회없다")에 섰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그의 죄목이다. 하지만 공소장에 적시된 이 혐의가 '공익'에 기반 한다면 어떨까.

배드파더스 사례를 통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살펴본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란?
'사실을 적시한 이유로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한다면 처벌받는다' 형법 제307조1항이다. 해당 법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한 자에게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예외 사항도 있다. 같은 법 310조에선 '공익'을 위해 사실을 적시했다면 행위자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배드파더스 대표 활동가인 구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것도 같은 이유다. 구씨는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배심원 7명 전원의 무죄 평결과 함께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를 생성하고 운영했으나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바가 없다"고 판시했다.

"표현의 자유"vs"인권 침해"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규정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문제는 '표현의 자유'와 '인권 침해' 라는 가치가 상충 된다는 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유사한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대한 위헌 심판도 이어졌다.

주목할 만 한 점은 두 차례 심판에서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재판관들의 인식 변화가 있었단 점이다. 헌재는 지난 2016년 9대 2로 위헌 결정을 내린데 이어 지난 2월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위헌 여부 판결에서 재판관 9명 중 4명이 위헌을 결정했다. 지난해 사실적시 명예훼손 위헌 심판 헌법소원을 청구했던 (사)양육비해결총연합회 손민희 부대표는 "처벌 예외조항에 해당하는 공공의 이익에 대한 입증이나 판단도 사실상 애매한 만큼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폐지되면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구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사실이라는 이유로 피해자의 명예가 광범위하게 훼손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해외에선 이미? 대한민국에선?
해외에선 '정통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어떻게 처벌할까. 이러한 혐의로 형사 처벌이 내려지는 국가는 흔치 않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비범죄화 논의와 대안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형사 처벌 하는 국가가 많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성립 요건이 제한된다. 미국은 명예훼손에 대해선 주로 손해배상 소송(민사)을 통해 해결하며 일본은 피해자가 직접 고소를 한 경우에 한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한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선 명예훼손에 해당 하는 내용이 진실이라면 처벌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도 관련 입법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21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만 3건이다. 구체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있다. 개정안에는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당사자를 처벌 하지 않도록 했다. 같은 당 김용민 의원 역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적용을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을 침해하는 경우로 한정하는 개정안을 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