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경찰청이 자치경찰 사무와 관련된 조례를 무더기로 제·개정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서 경기북부 각 시·군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1일 경기북부경찰청과 각 시·군에 따르면 경기북부 10개 경찰서는 최근 각 지자체와 지방의회에 공문을 보내 치안 관련 조례를 정비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공문에는 경찰이 자체적으로 검토한 제·개정이 필요한 조례의 목록이 첨부됐다. 지자체별로 10~20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자체·의회에 '제·개정' 공문
지역별 각각 10~20여건 이르러
예를 들면 주민자율방범대 등 관련 단체 운영·지원 조례에 '지원대상을 선정하거나 활동실적을 평가할 때 경찰서장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내용을 넣거나, 치안협의체 조례에 '경찰의 담당 부서장을 간사로 둔다', '행정·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문구를 명문화 하는 식이다.
범죄예방환경설계(셉테드·CPTED)와 관련한 조례에는 경찰 의견 수렴을 의무화하거나, '경찰서장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듣고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삽입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목록에는 각 지자체에 없는 조례를 만들어 달라는 내용도 담겼다. 경찰이 제정을 요구한 조례 중에는 치안 봉사단체의 활동 경비와 물품을 지원하거나, 범죄예방사업을 신규로 벌이는 등 지자체 예산이 수반되는 것도 적지 않다.
없는 조례 만들어 달란 내용에
봉사단체 경비 등 예산 사업도
시·군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경기북부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경찰에서 이렇게 공문으로 한꺼번에 조례 관련 요청사항을 보내온 것은 전례가 없다"며 "조례는 지자체가 자치입법권을 갖고 운용하는 것이고 책임과 실무도 지자체 담당 부서가 맡을 텐데 경찰의 요구는 너무 갑작스럽다. 어디까지 반영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같은 내용을 시·군의회에 보내고 개별 의원들과 접촉한 것을 두고 '집행부를 무시하는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군 "한꺼번에 요구 전례없어"
북부청 "입법공백 발견 돼 추진"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여의치 않으면 의원발의로 추진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지원사업의 경우 예산안 수립부터 실행까지 검토할 것이 많은데, 경찰이 지자체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자치경찰 출범 이후 기초지자체 차원의 입법 공백이 발견돼 추진한 것으로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자치경찰위원회를 통해 경기도 조례는 정비가 상당 부분 이뤄졌지만 시·군 조례는 아직 미비한 부분이 있다. 지자체별로 예산을 수립해야 하는데 조례가 없어 사업 추진이 어려웠던 적도 있다"며 "8월부터 각 경찰서 인력을 보내 시·군 관계자에게 설명하도록 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