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다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코로나19 이후 재난지원금 지급이 선진국에 비해 적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전 국민에게 25만원씩을 지급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 작년에 지급된 액수가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규모가 우리보다 월등히 큰 나라들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다음 주부터 사적모임 완화 등 방역수칙이 단계적으로 완화되는 시기에 재난지원금 지급의 당위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우선 재원이 문제다. 이 후보는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는데 이를 위해서는 당장 50조원의 예산을 조달해야 한다. 선진국들에 비해 부채규모가 아직 낮다고 하지만 부채의 증가 속도를 같이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획재정부와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논의될 때마다 나오는 얘기이지만 지원금을 추가 지원하려면 피해가 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다시 이 문제로 당정 간 마찰을 빚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후보는 경기지사직을 사퇴한 이후 음식점 총량제, 주4일제 등의 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음식점 총량제와 주4일제는 공약은 아니라고 했지만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선거국면이 가파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음식점 총량제도 여당과의 조율 없이 불쑥 나온 아이디어 차원의 구상이다. 지난번에도 이 후보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에게 1천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정책 아이디어를 발표했다가 거둬들인 적이 있다.

정책으로 제도화되기 전에 아이디어와 구상을 논의하고 이를 이슈화하여 사회적 논의의 단계로 끌어올리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파격적 구상이 사회개혁의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선 후보도 아니고 집권당 대선 후보로서 단순히 구상 단계의 아이디어를 섣불리 내놓는 것은 진정성 있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비롯하여 주4일제 근무 등도 당과 조율을 거쳐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이러한 다소 과격하게 보이는 제안이나 정책 구상들이 대장동 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