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딩 와이어는 반도체 장비의 전기적 신호를 전달할 때 사용되는 부품으로, 보통 전기 전도도가 높은 금이 주요 재료로 쓰인다. 금값이 치솟다 보니 본딩 와이어를 제조하는 업체들은 물론 해당 부품이 필수적인 반도체 업계의 부담이 커졌다.
엠케이전자는 금속이 코팅된 특수 은 소재를 대안으로 앞세웠다. 상용화만 된다면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일.
그러나 상용화에 이르는 길은 작은 기업에겐 멀고도 험했다. 무엇보다 작은 회사의 제품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도록 할지가 관건이었다.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유수의 반도체 기업에서 기존에 쓰던 소재·부품 등을 쉽게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는 새로운 소재·부품을 적용했다가 자칫 제품 생산 전반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이디어·기술력 실현 여건 지원
세계 첫 특수 은와이어 상용화 등
그때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융기원)의 손을 잡았다. 엠케이전자가 '특수 은 와이어'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기술 자문을 해 줄 전문 인력을 매칭해 주는 한편, 내부 중앙분석지원실 등을 통해 분석 작업 등을 지원했다.
제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국내 업체들과의 네트워크를 꾸릴 수 있도록 하고 전시회 참여 등도 도왔다. 이에 힘입어 엠케이전자는 세계 최초로 특수 은 와이어 상용화에 성공, 제품의 경쟁력을 알리는데 매진하고 있다.
파웰코퍼레이션은 반도체 제조 장비 PVD에서 웨이퍼를 고정하는 정전척(ESC)을 개발 중이다. 양산용 PVD 장비는 모두 미국·일본에 의존하고 있고, 해당 장비의 핵심 부품인 정전척도 외산 제품이 주를 이룬다.
정전척을 개발하려고 해도 시제품을 제작하는데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우여곡절 끝에 개발에 성공해도 성능이 괜찮은지 살펴볼 길이 없다는 게 파웰코퍼레이션의 고민이었다.
융기원의 도움을 받은 이유다. 지원을 토대로 시제품을 개발한 파웰코퍼레이션은 융기원의 연계로 포항공대 나노융합기술원 측의 성능 평가도 앞두고 있다. 좋은 평가를 받으면 이를 바탕으로 더 고도화된 정전척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달 28일 융기원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경기도 소재·부품·장비 산업 상생 포럼'에서 소개된 내용이다.
전문인력 구성 '문제해결사' 파견
전시회 참가 등 판로찾기 서포팅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반도체 부문 소부장 특화단지로 지정되는 등 경기도가 전국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난 가운데, 해당 특화단지 추진단을 총괄하는 융기원이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를 다방면으로 촉진하고 있다.
경기도가 지방정부 단위에선 전국 처음으로 자체 예산 등을 마련해 소부장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점이 주된 요인이 됐다.
도·융기원의 소부장 국산화는 엠케이전자, 파웰코퍼레이션처럼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있지만 이를 실현할 여건을 갖추지 못한 작은 기업들을 지원해 성공을 돕는 게 핵심이다.
융기원 내 전문 인력들로 구성된 '문제해결사'를 파견해 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을 살피는 한편, 기관 내부에 중앙분석지원실·소재부품 오픈랩 등을 갖춰 작은 기업들이 시도하기 어려운 실험 등을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판로를 찾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위해 각종 전시회 참가 등도 지원하는데, 호평을 얻고 있다.
박종만 융기원 소부장 연구사업단장은 "경기도는 자체적으로 소부장 국산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융기원이 소부장 관련 기업들을 현장밀착형으로 지원하는데 주력하고 있는데, 지원을 토대로 각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소부장 수요기업과의 협력이 촉진되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라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소부장 특화단지가 조성된다. 해당 특화단지 추진단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경기도가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