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밭 목씨1
지난 5일 여주시 가남읍 화평리 10만㎡의 도라지 밭을 보며 애타는 목예균 할아버지. 3년간 키워 온 도라지를 지난 9월부터 수확을 해야 하지만 일손을 구하지 못해 도라지가 썩어가고 있다. 2021.11.5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도라지 밭만 생각하면 밤에 잠도 안 오고 눈물만 나와.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지난 5일 여주시 가남읍 화평리 10만㎡의 도라지 밭은 황량했다. 제대로 풀을 못 매서인지 잡풀이 뒤엉켜 있었고 땅속 도라지는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해 썩어가고 있었다.

잡풀이 무성한 도라지 밭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목예균(81) 할아버지는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갈 뿐이다. 예년 같으면 지난 9월부터는 3년간 키운 도라지를 수확했어야 하지만 일손 부족으로 엄두도 못내고 있다. 목 할아버지는 이 밭 외에도 인근 지역에 같은 규모의 도라지 밭이 또 있지만 그쪽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입국제한에 외국인노동자 못 구해
10만㎡ 규모 잡풀 무성 '새까만 속'


"10만㎡의 도라지 밭을 수확하려면 매일 50명씩 한 달 동안 일해야 하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을 전혀 구할 수가 없어. 인력사무실을 가 봐도 7~8명뿐이니 아예 일이 안 돼. 그것도 예약하지 않으면 구하질 못해. 달리 방법이 없어 답답할 따름이야. 지난 4월 치매가 심해진 집사람은 요양원에 보내놓고, 내 나이 팔순에 마지막 농사라고 어떻게든 해보려 했는데…. 이젠 빚더미에 앉을 판이야. 죽겠어"라고 막막함을 토로했다.

목 할아버지는 2019년 4월 10억여원을 투자해 모두 20만여㎡ 밭에 도라지를 심었다. 그동안은 농사를 전적으로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입국제한 조치로 인력 수급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가을부터 일손을 구하지 못해 풀도 매지 못하는 등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다 보니 전체 수확량의 30%는 썩어서 버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더 늦기 전에 나머지라도 수확해야 투자 원금이라도 회수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50명은 필요한데… 답답할 따름"
투자 원금 회수마저 여의치 않아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외국인 노동자 입국을 제한해왔다. 고령화된 농촌들이 외국인 노동자에 일손 대부분을 의존해왔던 만큼 피해가 컸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 5일 외국인 노동자(E-9)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 전후 방역 조치를 전제로 입국을 정상화하기로 하면서, 일손 부족에 시달리던 농촌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 정상화 방침에 해결 여부 주목


다만 방역 고위험 국가로 분류된 미얀마·필리핀·파키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5개국 노동자에 대해선 송출국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승인 백신 접종을 완료한 후 14일이 지나야 사증을 발급키로 했다.

나머지 국가 출신 노동자는 접종과 관계없이 PCR 검사 결과 음성이면 입국을 허용하지만 입국 후 10일간 격리되고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