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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판매 노점상에서 화물트럭들이 요소수를 넣고 있다. 2021.11.5 /연합뉴스
 

안양을 중심으로 의왕·과천 등의 주택 건설 현장에서 굴삭기를 이용해 건물 철거와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는 정모(63)씨는 갑작스럽게 닥친 요소수 품귀 사태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연일 오르는 기름값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이,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요소수가 골칫거리가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정씨는 "부속 가게에서 장비를 구매하면 요소수는 덤으로 받아 쓰는 정도였다. (이제는) 주유소에서도 요소수를 구할 수 없어 당장 다음 주부터 운행에 나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화성에서 카고 크레인을 운행하는 김모(57)씨는 "지난주에 갔던 현장에선 요소수 부족으로 트럭 운행에 제동이 걸려 장비가 제때 오지 못하더라. 일이 멈추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로 분야를 막론하고 비상이 걸린 가운데, 불똥은 굴삭기 등을 운행하는 건설 기계 업계로도 예외 없이 튀었다.

 

굴삭기·레미콘 등 상당수 사용 영향
기사 대부분 개인사업자 '부담 가중'
'대란 가능성'에 정부 대책마련 촉구


겨울철이 오기 전 공사를 빠르게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서, 예상치 못한 요소수 대란에 자재를 운반하지 못해 작업에 제동이 걸리는 등 건설 현장마다 빨간 불이 켜졌다. 업계에선 건설 대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7일 건설기계 업계에 따르면 현재 건설 현장에서 운행되는 굴삭기, 레미콘, 지게차, 휠로더 등 건설장비 상당수에 요소수가 사용된다. 경기도 내 건설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운행되는 장비 가운데 70% 이상에 SCR(선택적환원촉매장치)이 탑재돼 있을 것으로 추산할 정도로 그 비중이 커 건설 현장에 혼란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련 차량을 운행하는 기사들 대부분은 개인 사업자로, 장기 계약 형태가 아닌 하루 단위 계약을 통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기사들은 그동안 스스로 요소수를 구매해왔는데, 지금과 같은 대란 속 요소수를 수소문해 직접 구해야 한다는 점이 더 큰 부담이다.

카고 크레인 기사 김씨는 "장기 계약을 통해 업체에 소속돼있으면 회사에서 대량 구매 등을 통해 대처할 수 있겠지만 개인 사업자 형태로 일하는 나로선 그저 부러운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겨울을 맞기 전 건설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각 현장에선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이도 저도 못하는 실정이다.

홍성호 대한건설기계협회 경기도회 회장은 "돈이 있어도 요소수 자체를 구할 수가 없어 문제가 심각한데, 대개 기사들이 개인 사업자 형태라 개인적으로 대응을 해 우려가 더 커진다"며 "한·일 경제 갈등 때 불화수소를 구할 수 없어 국내 업계들이 타격을 입었는데 그때 일이 반복되고 있다. 요소수 자급자족이 어렵다면 당장 다른 수입처를 구하는 식의 방법을 정부가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중동 국가 등으로 요소 수입선 다변화 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이날 제2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어 논의했다. 국토교통부는 요소수 품귀 사태로 불법 자동차 일제 단속을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