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자민련 일각에서 내각제를 고리로 한 정치권의 보혁구도 재편 움직임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이런 움직임은 자민련 김종필(JP) 총재와 한나라당 최병렬 의원이 화답하는 형식으로 시작됐지만 이회창 전총재측이 9일 '내각제 카드' 수용 의지를 시사하면서 급류를 타는 형국이다.
 그동안 두 야당은 한나라당 김기배 전사무총장과 자민련 조부영 부총재가 창구를 맡아 깊숙한 논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JP도 8일 기자간담회에서 보혁구도 정계개편론을 주창하면서 “외롭게 내각제 주장을 해왔는데 이제 조금씩, 희미하게나마 접근해 가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양당간 교섭에 상당한 진척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자민련 핵심당직자는 9일 “우리는 한때 민주당과 내각제 연대방안을 협의했으나 노무현씨가 대선후보가 되면 색깔이 맞지 않아 연대를 추진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앞으론 한나라당과 박근혜 의원, 민주당 이인제 후보 등 보수세력을 총결집하는 정계개편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도 “여야의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는 시점을 전후해 보·혁구도를 기본틀로 하는 정치권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2야간 제휴 및 연대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김기배 전 총장은 최고위원 출마회견에서 “양대선거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범야권의 결속을 추진하고 우리와 뜻을 같이할 수 있다면 여야를 떠나 어떤 분들과도 만날 생각”이라며 자민련 등과의 협력을 추진할 뜻을 시사했다.
 그는 “대선 이후의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겠다”면서 “집단지도체제 도입으로 정치적 상황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키 위해 내각제를 포함한 모든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논의해볼 생각”이라고 '내각제 카드' 수용의사를 강력히 암시했다.
 특히 이회창 후보는 지난 3일 출마회견에서 “급진세력이 좌파적 정권을 연장하려하고 있다”며 현정부와 노무현 후보에 대립각을 세우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국가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길에 공감하는 세력은 모두 손을 잡고 함께 갈것”이라고 보수세력 결집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최병렬 의원도 지난 5일 회견에서 '보수대통합'의 깃발을 내걸고 보혁구도 재편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통일시대에 대비키 위해 권력구조개편을 포함한 개헌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통령제가 지고지선의 제도가 아닌 만큼 필요하면 내각제로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해 내각제에 비중을 두면서 일단 JP와 연대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JP도 “보·혁으로 분명히 헤쳐모여서 정당을 다시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며 “정치인이 나름대로 정치철학을 다듬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 은연중 이회창총재의 '결단'을 촉구하는 인상을 풍겼다.
 물론 이러한 내각제를 매개로 한 2야의 연대추진 방안은 한나라당이 당면과제인 이른바 '노풍(盧風)' 차단을 위해 보수계층을 확실한 우군으로 끌어안기 위해 자민련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자민련도 급격한 당세 위축으로 위기에 빠진 당의 활로 모색 차원에서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