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들 "정부 쉽게 해제, 곶감 빼먹듯 한다"
지정만 해놓고 관리·역할엔 소홀해선 안돼
그리고 20여년이 지났다. 최근 만난 개발제한구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하는 짧은 생각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싱크대나 샤워시설 같은 농사 과정에서 필요한 시설에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불편이 여전하다", "개발제한구역이 천형(天刑)'이라던 옛 어른들의 이야기가 지금도 유효하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작은 이면도로를 기준으로 일반주거지역으로 풀린 곳과 여전히 개발제한구역인 곳간의 토지가격은 4배 정도 차이가 난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개발제한구역 주민들의 생활편익과 복지 증진 등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주민지원사업은 이들에게 먼 얘기일 뿐이었다. 이들은 정부가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등의 발표 뒤 개발제한구역을 비교적 쉽게 해제하는 경우를 보면서, "곶감 빼먹듯 한다", "공로민불(공공이 하면 로맨스, 민간이 하면 불법)이다","정부의 사업 유보지가 되고 있다"고도 했다.
지정과정에서의 비민주성을 차치한다면 도시 확산 방지와 자연환경 보전,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 확보라는 개발제한구역의 목적은 제도 유지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목적의 당위성에 기댄 채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만 해놓고 관리와 역할엔 소홀해선 안 될 것이다. "개발제한구역을 국공유화해 개발제한구역답게 해야 한다"는 원로 학자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
20대 여야후보 "주거문제 해결하겠다" 약속
원주민 마음 어루만져 줄 공약 나올지 궁금
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위한 여야 후보들의 대선 레이스에 속도가 붙으면서, 공약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요소수 부족부터 코로나19, 이상기후 등 일상을 흔들고 있는 현안에 대한 대안을 담은 공약 속에 주거 공약도 빠지지 않는다. "임기 내 주택 250만가구를 공급하겠다", "수도권에만 130만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며 주거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역세권 등이 주요 후보지로 거론되지만, 아직은 구체적이지 않다. 개발제한구역의 토지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한 만큼, 주택정책을 추진할 때 개발제한구역을 손대려는 유혹이 여전할 수 있다.
향후 대선 과정에서 개발제한구역 원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개발제한구역을 개발제한구역답게 하기 위한 공약이 등장할 수 있을까. 후보들에게 개발제한구역은 어떤 존재일지 궁금하다. 대선 토론회를 잘 지켜봐야겠다.
/이현준 인천본사 경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