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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20% 인하 조치 시행 첫 주말인 14일 오후 수원시 내 한 직영주유소가 주유하는 차량들로 붐비고 있다.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휘발유에 부과되는 유류세를 리터(ℓ)당 164원, 경유는 116원 각각 내렸다. 2021.11.14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14일 오전 10시께 수원 구운동의 A주유소. 3명의 주유소 직원들이 한 손엔 이동식 카드단말기를, 다른 손엔 주유 노즐을 들고 쉼 없이 밀려드는 차량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반면 같은 날 오전 10시20분께 A주유소와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B주유소에는 5분 동안 인적 없이 한산한 분위기였다.

A주유소는 유류세 인하를 12일부터 즉각 반영해 이날 휘발유 가격이 ℓ당 1천628원을 기록했지만 인하분을 반영하지 않은 B주유소는ℓ당 1천898원을 기록해 270원 차이를 보였다.

A주유소를 찾은 박모(43·세류동)씨는 "(주유소에) 전화해 할인 소식을 접하고 15분 넘게 기다렸다"면서 "정부 발표가 있고 1주일 정도 참다가 차를 몰고 왔는데 가득 채워서 돌아간다"고 밝게 웃었다.

유류세 인하 후 첫 주말, 유류세 인하가 반영된 직영 주유소와 알뜰 주유소 중심으로 인파가 쏠린 반면 아직 반영이 안 된 주유소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겨 희비가 엇갈렸다.

 

직영·알뜰, 즉각 반영에 몰린 인파
전국 82% 자영, 아직 '미유통' 한산
개별주유소 강제 안돼 가격차 발생
"1주일내 수급상황 보고 결정할것"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4일 기준 경기도 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1천755원을 기록했다. 유류세 인하 하루 전인 11일(1천821원)에서 66원 떨어져 유류세 인하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났지만, 정부가 예상하는 효과에 비하면 아직 턱없는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유류세 인하분이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면 휘발유는 ℓ당 164원, 경유는 ℓ당 116원 떨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유류세 인하가 더딘 것은 전국 주유소의 82%가 넘는 자영 주유소들 중 상당수에서 아직 유류세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서다. 유류세 인하가 단행돼도 정유공장에서 주유소까지 유통되는 데는 통상 2주 정도가 걸린다.

늘어나는 물가 부담에 정부가 유류세 인하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도록 직영·알뜰 주유소에선 판매 가격을 내리도록 협조를 요청했지만, 개별 주유소에는 가격 인하를 강제할 수 없다.

여기에 유류세 인하 전 정유사에서 반출된 기름에는 세제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아직 개별 주유소 입장에선 손해를 감수하고서까지 가격 인하에 나설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8년에도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단행한 이후 전국적으로 효과가 나타난 것은 2주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유류세 인하 첫날인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책점검회의 등을 열고 "직영주유소와 알뜰주유소가 유류세 인하분을 즉시 판매 가격에 반영하면 주변 주유소에 영향을 미쳐 지난 2018년에 비해 이번에는 신속히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수원의 한 자영주유소 관리자는 "이미 주유소에 있는 재고량에는 보조금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가격을 내린다 해도 우리로선 큰 손해"라며 "(유류세 인하)를 당장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1주일 내 수급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