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소년수련원(이하 수련원)이 원내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약 5개월간 방치한 끝에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괴롭힘 사건이 접수되면 사(기관)측은 지체없이 조사에 착수하고 가·피해자 분리조치 등에 나서야 하는데, 수련원은 노동조합이 직접 경기도 인권센터에 신고할 때까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고 지난달부터는 괴롭힘 사건 발생 시 조치 의무 등을 하지 않으면 적용되는 벌칙조항도 늘었지만 실제 근로현장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무기명 실태조사로 갑질 인지불구
사실확인·보호조치 등 5개월 방치
외부조사중 팀장급 억울 호소 행동


21일 수련원과 경기도의회 등에 따르면 수련원 노조는 지난 5월 팀장급 A씨에 대한 갑질 신고를 접수, 수련원에 직장 갑질 실태조사를 요청했다. 수련원은 7월 전 직원 대상 무기명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A씨 등 간부급들의 갑질 행위를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수련원은 A씨 갑질 행위를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했지만 사실 확인과 가·피해자 분리 조치 등의 후속조치는 하지 않았다. 노조가 외부 기관에 조사를 맡기자고 요청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근로기준법과 공공기관 직장 갑질 관련 정부 가이드라인을 보면 괴롭힘 사건 발생 시 사측은 지체없이 조사를 진행하고 피해자 보호 조치 등을 해야 한다. 노조의 요청과 별개로, 수련원은 관련 법 등에 따라 자체 조사, 보호 조치 등을 해야 하지만 약 5개월을 방치한 채 사건 해결을 차일피일 미룬 셈이다.

 

신정현 도의원 "지켜만 봤다" 질타
"노조와 협의… 인력도 부족" 해명


그 사이, 이달 초 도 인권센터의 갑작스러운 조사를 받은 A씨는 억울함 등을 호소하며 근무지 숙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피해자 역시 분리 조치도 없이 여전히 함께 일하며 A씨 소식 등을 전해 들어야만 했다.

수련원 노조는 "사실관계 파악은 물론 피해자들 보호가 최우선"이라며 "A씨의 상황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것 같아 피해자들이 억울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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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진행된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종합행정사무감사. 2021.11.12 /경기도의회 제공

이와 관련 지난 12일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종합행정사무감사에서 신정현(민·고양3) 의원은 "수련원은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외부(도 인권센터)에 (괴롭힘 사건을) 던져놓고 지켜만 봤다"며 "이 같은 상황에 가해자와 피해자는 더 격심하게 싸울 수밖에 없다. 수련원이 빠르게 조치했으면 이렇게 곪을 일이 아니었다"고 질타했다.

반면 수련원은 외부기관 조사는 노조와 협의한 것이고 내부 감사팀이 별도로 없어 인력도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수련원 관계자는 "무기명 조사로 피해자를 몰라 노조의 의사를 물었고, 내부 감사팀도 없어 조사의 신뢰성을 위해 외부 기관에 맡기기로 노조와 협의해 기다리고 있었다"면서도 "현재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특정됐으니, 분리조치도 하고 내부조사도 곧 진행하겠다"고 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