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항일음악사와 관련해 값진 연구결과가 나왔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반혜성 교수가 최근 발표한 '손승용 수진본(袖珍本) 창가집의 특징과 가치'란 논문이다. 논문 제목에 등장하는 손승용(1855~1928)은 국권이 강탈되던 시기에 기자·교육자·종교인으로 활동하며 애국계몽운동에 투신한 인물이다.

특히 그는 인천제물포교회, 강화잠두교회 등지에서 목사로 활동하면서 교육계몽운동에 혼신을 쏟는 등 생애 중 가장 왕성한 시기를 인천에서 보냈다. 손승용 목사는 애국정신이 물씬 묻어나는 창가들을 빼곡히 적은 수첩을 항상 몸에 지니고 시골 마을을 찾아다니며 아이들에게 창가를 가르쳤다고 한다. 창가는 갑오개혁 이후에 발생한 근대 음악 형식의 하나로, 서양식 악곡에 맞춰 쓴 노래 가사 또는 시(詩)를 말한다. 애국·계몽·독립 등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으로, 창가 가운데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곡조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란 가사를 붙인 창가는 애국가의 기원이 되기도 했다.

이 논문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창가집으로 꼽히는 북간도 '최신창가집 부악전' 및 하와이 '애국창가'와 손 목사 창가집 사이의 유의미한 연결고리를 찾아냈다는 점이다. '최신창가집 부악전'과 '애국창가'에는 손 목사 창가집에 있는 30곡의 창가가 수록돼 있다. 이 중 16곡은 '최신창가집 부악전'과 '애국창가'에 같이 실려있고 나머지 14곡은 각각 하나씩 실려 있다. 결국 손 목사가 1900년대 인천 강화도 등지에서 쓴 창가집이 '최신창가집 부악전'과 '애국창가'의 바탕이 됐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손 목사의 창가집은 2006년 경인일보 연중기획 시리즈 '인천인물 100인'을 통해 처음 소개된 바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20쪽 정도의 조그만 수첩에는 "대한민국 동포 우리 민족아, 우리의 독립만세를 위해 자유정신을 진흥하여라" 등 애국 창가들이 그의 자필로 빽빽이 적혀 있었다.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으로 국내에 간행물로 남은 창가집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손 목사의 창가집은 이번에 해외 대표적 창가집과의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그 가치를 더욱 드높이게 됐다. 손 목사의 창가집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더욱 활발해져 우리나라 항일음악사가 더욱 풍성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