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겉은 평화로웠지만 내부는 전혀 달랐다. 직원들의 점심을 책임졌던 구내식당은 '심층역학반'으로, 재활치료실은 '해외입국자관리반'으로, 만성질환실은 '자가격리자 모니터링반'으로 보건소 곳곳이 코로나 대응에 분주했다. 코로나 이전 보건증(건강진단결과서)을 떼러 갔던 그 보건소는 없었다.
보건소는 물론, 공공병원과 감염병 전담병원 등이 기존 역할에 더해 코로나 대응까지 한 지는 벌써 2년에 가깝다. 세상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들떴을 때, 보건소와 의료계 근심은 커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우리는 집에 머물며 일상을 잠시 멈췄지만 보건소와 의료진은 2년간 이어진 코로나로 일상이 파괴됐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은 일과 가정 사이를 고민하다 직장을 포기했고, 간호사들은 번아웃을 호소하며 하나둘 병원을 떠났다.
코로나 초기, 정부는 의료진을 격려하는 '말'을 쏟아냈다. 확진자는 연일 쏟아지는데, 인력은 그대로고 휴식은 보장받지 못했다. 공무원이니까, 의료진이니까, 그들이 해야 할 일이니까 등의 무책임한 말로 우리는 이들의 어려움을 외면했다.
지난 9월 정부는 의료진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과 '노·정 합의'를 이뤘고, 최근 보건소 정규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2년간 멈췄던 우리 일상을 되찾는 것만큼, 코로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보건소와 의료진의 일상도 중요하다. 조속한 시일 내 보건소 등에 의료진이 지원돼 정부의 말이 희망 고문이 안 되길 바란다.
/신현정 정치부 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