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지지한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학부모들이다. 그런데도 오죽했으면 어린이보호구역을 조정해달라고 청원서를 제출했겠느냐…."
성남 판교 운중초등학교 후문 쪽에는 단독주택(운중동 3블록) 30여 채가 들어서 있다. 주택들은 인도가 없는 생활도로와 맞닿아 있고 주차는 각 주택 마당에 하도록 설계됐다. 자동차전용도로는 블록 밖에 있고 주택들은 모두 거주 목적으로 지어져 상가 하나 없는 매우 조용한 마을이다.
하지만 도로교통법 개정(일명 민식이법)에 따라 지난 21일부터 주정차가 전면 금지되면서 마을은 혼란에 빠졌다. 생활도로가 모두 어린이보호구역이어서 과태료 계도장이 무더기로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3블록에는 2세대 주택이 많고 한 세대당 차량이 2대씩인 가구가 대다수다. 블록 내는 물론 주변에 공영주차장은 없다. 주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없어 지금까지 각자 집 앞 생활도로에 주차해 왔고 내방객, 가정교사, 택배업체 등의 차량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불법이 되면서 생활 자체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성남 운중동 3블록 30여채 단독주택가 주정차 전면금지 지정 '혼란'
주차 대안없어 집앞에 댔지만 불법… 주민들 생활권 보호대책 요구
한 주민은 "조용했던 마을이 피해 갈래야 피해갈 수 없는 구조적 문제로 졸지에 불법 주정차 마을로 바뀌어 과태료 폭탄을 맞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민은 "운중초등학교 정문 쪽 1블록 주택가는 우리 블록처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있지 않다"며 "법안 목표에 맞게 보행로를 마련해 아이들이 인도를 통해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도록 하고 주민들의 생활권도 보호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지난 25일 '안전한 통학로 확보 및 단독주택 생활도로 어린이보호구역 해제 요청'을 요구하는 공식 청원서를 성남시에 제출했다. 일명 '민식이법'의 이면이라 할 수 있는 이 같은 문제는 운중초 외에 판교 지역만 하더라도 낙생초·신백현초 주변 주택가도 유사한 상황에 놓여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주민센터를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해당 학교, 분당경찰서 등 관련 기관 협의를 통해 어린이보호구역 조정 가능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면서 "또한 관내 다른 지역 어린이 보호구역 해제 요청 민원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돼 내년 중에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린이 보호구역 조정 검토 용역발주'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