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니코틴을 이용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과거엔 해외에서 암암리에 들여온 니코틴을 사용했다면 이번 사건은 국내 일반 전자담배 가게에서 손쉽게 얻은 니코틴을 이용했다.
낮엔 직장에 다니고 밤엔 배달 아르바이트를 뛴 가장 A(47)씨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건 지난 5월의 일이다. 장례식장을 찾은 조문객 누구도 황망한 이별의 이유를 알지 못했다. A씨 죽음의 비밀이 밝혀진 건 최근 들어서다. 경찰은 A씨가 타인에 의해 계획된 니코틴 액상 복용으로 숨진 걸로 판단했다.
범행 혐의는 아내를 향하고 있다. 화성서부경찰서는 지난달 10일 A씨의 아내 B(38)씨를 살인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은 지난달 30일 B씨를 재판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숨을 거두기 하루 전인 지난 5월 26일 극심한 구토와 설사,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다 직장에서 오후 4시께 조퇴했다. 이후에도 증상이 가시지 않아 A씨는 오후 10시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송 중 A씨는 구급대원에게 "아침에 먹은 미숫가루(음료)와 햄버거가 잘못된 것 같다"고 전했다. A씨는 병원을 다녀온 뒤 집에서 자다가 이튿날 숨졌다.
A씨가 마신 미숫가루는 액상 니코틴이 들어간 '죽음의 음료'였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에게 만들어 준)미숫가루에 넣은 꿀 유통기한이 지나서 그런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B씨가 미리 구매한 액상 니코틴을 고의로 음료에 넣고 먹여 A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나온 A씨의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 A씨는 8년 전 담배를 끊은 비흡연자로 파악됐다. B씨는 개인 카드값과 카드 대출 등으로 수억 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었다.
경찰은 B씨가 채무 변제를 위해 남편 사망 보험금을 노려 계획적 살인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남편의 보험금은 최대 1억8천만원 규모다. 현재 B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B씨가 구매한 액상 니코틴을 확보했다. 또 A씨가 평소 담배를 피운 것처럼 꾸몄으나 정작 B씨 자신이 피운 흔적의 DNA만 나온 액상 전자댐배기기를 확보해 결국 B씨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평소 낮엔 직장, 밤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댔다"며 "기저질환이나 원한 관계도 없었으며 담배는 8년 전쯤 이미 끊은 걸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