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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 사회부장
일명 '나인투식스(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근무시간을 일컫는 말인데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이를 지키기 위해 적게는 몇 십분 많게는 몇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낸다.

아니 도로 위에 갇힌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네 삶이 더 고된 지 모르겠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과연 없는 것인지 고민하다 내 주위 지인들의 삶에서 충분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수원 S전자에 다니는 지인 A씨는 자율 출퇴근제를 잘 활용하고 있었다. 자녀 등하교 등 아침 시간이 바쁜 A씨는 출근 시간을 늦춰 오전 10시에 출근하고 오후 7시에 퇴근을 한다. 아침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는 다른 직장인들에 비해 다소 여유롭다. 그래서 그는 직장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인 K사에 다니는 지인 B씨는 출퇴근 시간을 합쳐 3시간가량 도로 위에 갇힌다. 어쩔 수 없이 개인 자유시간을 길에서 보내고 있는 것인데, 자녀교육 때문에 직장 인근으로 이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는 저녁이 있는 삶은커녕, 주말에도 피로감에 집 밖 생활보다는 집안 생활이 더 많다. 자신보다는 자녀 교육을 택한 것인데, 그래서 B씨는 A씨보다 더 고된 직장생활을 한다.

이처럼 출퇴근 시간이 다소 자유로운 것만으로도 직장생활의 만족도가 갈린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되레 저녁이 있는 삶을 빼앗긴 사례도 있다. 

 

주 52시간 도입 후 야근이 없어진 지인 C씨는 요즘 나인투식스로 출퇴근 시간이 변경됐다. 안산이 직장인 그는 요즘 수원에 있는 집 도착 시간이 오후 8시다. 예전에 오후 7시까지 야근을 하고 퇴근해도 도착 시간은 오후 8시였다. C씨는 꽉 막힌 도로에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나와 앞 차량의 뒤꽁무니를 쫓아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 급여 또한 줄어 투잡을 준비하고 있다.

꽉막힌 출퇴근길 직장인들 도로에 갇힌 삶
불문율 깨는 기업 인센티브 주는건 어떨까


이처럼 직장인들에게 일상생활에서 나인투식스를 조정한다는 것은 행복한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렇다면 정책적으로 나인투식스를 깨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어떨까. 그 효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적시할 수는 없지만 분명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변화를 위해 참여한 기업에 유료도로 할인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교통체증도 완화될 것이고, 그에 따른 에너지 절약 효과도 있지 않을까.

나인투식스가 꼭 필요한 곳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면에 대다수 기업이 과연 관습처럼 지켰던 나인투식스 운영방식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모 기업의 경우 퇴근 시간이 되면 회사 정문 앞이 퇴근차량으로 장사진을 이뤄 일대가 마비, 노사 문제로까지 번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불문율같이 지켜왔던 나인투식스로 인해 직장인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오늘도 도로 위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겐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재충전할 저녁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일 더 뛸 수 있는 힘이 축적될 것이고 이는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교통체증 완화·에너지 절약효과 얻을 수도
재충전 시간 길어지면 국가경쟁력도 향상


좀 지난 이야기이기는 하나 한 지자체가 벌인 여론조사 결과, 직장이 있는 곳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주된 이유가 자녀 교육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설문결과 발표 후 해당 지자체장은 조사결과를 반영, 교육 행정을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은지 해당 지자체의 학교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일까 해당 지역의 교통체증 문제는 유독 심하다.

쉬운 것부터 실천해보자. 기자가 몸담은 경인일보의 아침 출근 시간은 오전 9시30분이다. 8시30분이면 출근하지만 간혹 9시에 집에서 나와도 지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직장인에게 주어진 30분의 배려, 절대 가볍지 않다.

/김영래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