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액화천연가스 생산·공급시설인 인천LNG기지에 지난달 20일 직경 25㎝ 크기의 드론이 추락했다. 경찰이 드론을 분석한 결과 1분 40초 분량의 촬영 영상이 확인됐다. 메모리카드에는 기지 내 주요 산업 시설과 항만시설의 일부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담겼다고 한다. 촬영 시점은 추락한 드론이 발견되기 1주일 전인 지난 13일 오후였다. 경찰은 드론을 날렸다고 자수한 50대 남자를 상대로 수사 중이다. 경찰은 동호회 활동 중 바람이 많이 불어 추락한 것 같으며 기지를 촬영할 목적은 없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서울항공청에 사건을 이관할 예정이다.

이 사건은 국가 중요 시설의 보안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입증하는 사례다. 가급 국가 중요시설 상공에 드론을 띄워도 이를 제지할 규정이 없다는 심각한 문제가 노출됐다. 인천LNG기지는 비행금지구역이 아니기에 낮에는 25㎏ 이하 드론은 아무 제약 없이 날릴 수 있다. 촬영을 목적으로 할 경우 군부대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감시·대응체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추락한 사제 드론은 영상 촬영 전 국방부 허가 없이 비행했고, 고유 식별 번호가 존재하지 않는 사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운영기관인 한국가스공사도 시설보안시스템 운용에 구멍을 보여줬다. 공사는 드론이 기지 내 도로에 추락한 지 1주일이 지나도록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인천 시민단체는 성명을 내고 이곳 기지에서 올해만 3번째 안전·보안사고가 발생했다며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곳 기지에서 올해 2번의 가스누출 사고에 이어 드론사고까지 3차례의 안전·보안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특히 공사는 기지보안이 무방비인 데다 사고가 나도 공개와 사과를 하지 않고 은폐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끊이지 않는 안전·보안사고에 대한 예방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에 산재한 석유·LNG비축기지 등 국가 보안시설 상공에 아무 제지 없이 드론이 띄워지고 있다. 인천LNG기지 상공에선 2년 전에도 정체불명 드론이 발견됐으나 운전자를 찾지 못했다. 가급 국가 중요시설의 보안태세는 털끝만큼 허점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드론을 막을 최소한의 제재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 국가 기반산업에 관한 중대 사안이다. 정부와 국회가 서둘러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