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인수협상에 빨간색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30일 쌍용차 인수를 위한 에디슨모터스의 정밀실사작업 종결에 맞춰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쌍용차 매각 자금지원에 또다시 부정적 의견을 표출한 것이다. 일자리와 생계가 달린 쌍용차 근로자들은 물론 지역경제계는 걱정스럽다는 반응들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완성차들도 천문학적 자금을 동원해서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500억원으로 차량을 개발하고 내년에 10종의 전기차를 출시한다는데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에디슨모터스가 제시한 쌍용차 발전계획에 의문을 제기했다.

우선협상 대상자인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를 전기차 업체로 바꿔 매출 10조원대의 흑자기업 전환을 약속하며 산은의 대출을 요구했었다. 에디슨모터스는 평택부지를 담보로 최대 7천억∼8천억원의 자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는 쌍용차의 인수 및 운영자금으로 제시한 금액(1조6천억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또 이 회장은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먹튀' 우려도 제기했다. 쌍용차 투자자 중 일부가 평택공장 용지를 용도 변경해 아파트를 짓고 쌍용차 공장은 다른 곳으로 이전시킨다는 소문이 눈길을 끈다.

이 회장은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에서 기술과 재무타당성 검증을 요구해 평가결과에 따라 매각작업 중단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메디슨모터스 측은 산은의 지원 없이도 자금동원이 가능하다며 연내에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하고 내년 2월까지 잔금 지급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달 2일 쌍용차와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지난 10일부터 20일 동안 공장 가동률과 자산 점검 등 정밀실사를 진행해왔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 재연설이 다시 주목된다.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 우려가 제기되는 터에 산업은행의 부정적 심기 표출로 인수가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에디슨모터스가 내년 대통령 선거 때까지 시간을 끌려 한다는 의혹에도 눈길이 간다. 대선 시기에 고용안정을 이유로 일자리 카드를 꺼내 쌍용차 회생에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산은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쌍용차 임직원 4천500여명과 대리점, 부품 협력사, 지역경제 종사자 등 수만 명은 엄동설한에 하늘만 바라보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