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한 달 만에 정부가 '비상 체제'를 가동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연일 5천명을 넘어서고, 오미크론 변이까지 국내에 침투하는 등 5차 대유행 위기가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6일부터 4주간 수도권은 사적 모임 허용인원이 6명으로, 비수도권은 8명으로 제한된다. 일부 시설에만 적용되던 방역 패스도 식당과 카페 등 대다수 다중이용시설로 확대된다. 청소년 방역 패스는 내년 1월까지 유예하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로 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해외에서 들어오는 내·외국인은 열흘간 격리된다.

위드 코로나 중단에 따른 비판 여론에도 불구, 정부가 긴급 처방을 내놓은 것은 방역이 최우선이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신규 확진자 급증에 따라 중증환자들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병실이 모자라는 다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비상 체제가 가동된다 해도 대유행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게 의료계 반응이다. 정부는 음식점 영업시간 단축, 유흥업소 영업 중단, 사적 모임 인원 대폭 축소를 검토했으나 영업 손실보상과 소상공인 반발 등을 고려해 포기했다. 실질적인 방역 효과를 위해선 강력한 대책이 요구됐으나 현실적인 이유로 한 발 물러선데 따른 우려가 커진다.

코로나 대유행을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와 국민이 함께 가야 한다. 빈틈없는 정부 대책이라도 국민이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방역의 둑은 무너질 밖에 없다. 실제로 오미크론 국내 첫 확진자인 인천의 목사 부부가 거짓말을 해 초동방역에 난감한 상황이 됐다. 지난달 25일 확진된 이 부부는 자택으로 이동 시 방역 택시를 탔다고 진술했으나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지인이 운전한 차를 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인은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아 29일 양성 판정을 받을 때까지 수십 명과 접촉했고, 수백 명이 모인 예배에도 참석했다. 이 사이 1천여 명 가까운 사람이 전파 위험에 노출됐고, 오미크론 확진자도 12명으로 늘었다.

위드 코로나 중단은 유감스런 일이다. 자영업자들은 연말 특수를 망치게 됐다. 하지만 불만과 비난은 뒤로 하고, 대위기를 함께 이겨내자는 공감대 확산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는 효율적인 방역대책과 강력한 실천 의지로 빠른 시일 내 국민에게 일상을 되돌려줘야 한다. 소상공인에 대한 적절한 보상 등 서민 생활 안정 대책에도 소홀함이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