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는 전혀 없어요. 급매만 어쩌다 나올까 말까."
7일 찾은 안양시 관양동의 한 부동산은 한산했다. 공인중개사 A씨는 최근 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서 "매수자나 매도자나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인근 다른 부동산에도 사람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공인중개사 B씨도 "매물이 나와 있는 건 있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다. 전형적인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섰다. 대출 규제가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가 강화되면서 집주인은 한 채를 급하게 내놨는데, 대출 규제가 강화되니 구매를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안양시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단 2건에 불과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여파로 서울 부동산 시장이 거래 절벽에 부딪힌 가운데, 경기도에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각종 규제에 내년 대선까지 겹쳐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 모두 관망세에 들어섰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아파트 매매건수 전월比 45%로 급감
상반기 상승 견인 GTX 호재도 시들
특히 올해 상반기 경기도 곳곳에서 아파트 매매 가격이 급등했던 만큼 이에 따른 피로감이 한몫을 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사전청약이 지속되는 등 정부의 주택 대량 공급 움직임 등도 매매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경기도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3천631건이었다. 지난 10월 매매 건수(7천977건)의 45%에 불과한 것으로, 매매 거래가 반토막이 난 것이다. 1년 전인 지난해 11월 경기도 아파트 매매 건수는 2만412건이었다. 거의 6분의1로 줄어든 셈이다.
경기도의 아파트 매매 거래는 올해 들어 1만3천건에서 1만5천건을 오가다, 9월에 1만건 가량으로 줄면서 주춤하기 시작했다. 이후 감소세가 본격화됐고, 11월에는 급감했다. 과천시는 지난달 아파트 매매가 지역을 통틀어 5건에 불과했다. → 그래픽 참조
올해 상반기 경기지역 곳곳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견인했던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호재도 시들해진 모습이다. 안양·의왕시는 C노선 정차 기대감에 올해 상반기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던 곳이지만 지금은 상승 열기가 다소 진정됐다.
보유세 강화·대출 규제 관망세 분석
매매가 급등에 피로감 한몫 의견도
의왕시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C노선 호재가 있을 때는 전용 85㎡가 13억원까지 올랐었는데 지금은 11억원대에 가격이 형성돼있다. 최고가를 찍고 내려온 것은 분명하다. 1년 만에 4억원 이상이 올랐으니 숨고르기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C노선 연장 기대감이 작용했던 동두천 역시 아파트 가격이 최근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KB국민은행 주간 아파트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동두천 아파트 매매 가격은 0.05% 떨어지면서 수도권에선 변동률이 유일하게 마이너스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두천은 올해 들어 아파트 가격이 40% 가까이 뛰었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 동두천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할 정도였다.
/강기정·조수현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