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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은 사회부 기자
최근 자신을 동스크랩 업계 종사자라고 소개한 제보자를 만났다. 동스크랩 유통 거래 특성상 무자료 거래가 불가피한데, 과세관청에서는 정상거래였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며 업계 종사자들을 조세 포탈범으로 내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제보자가 뭔가 잘못 알고 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대원칙하에 국민들에게 정당한 세금을 물리고 있지 않은가. 세금을 다 내고도 옥살이라니. 사뭇 믿기 힘든 일이었다.

제보자는 책 한 권 분량의 판결문을 손에 쥐어줬다. 그제야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제보자 말이 사실일 수 있겠구나'.

판결문에는 구구절절 범죄사실, 양형 이유, 주문 등이 적시됐다. 그중 동스크랩으로 1천억원에 가까운 매출고를 올린 A씨 이야기에 눈길이 갔다. A씨는 990억여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섰다. 1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제12형사부는 동스크랩 수집자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하고 100억원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도 고심이 많았겠지 싶었다. 판결은 아쉬워도, 합리적인 법리를 들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판결문을 들여다본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피고인은 2017년 사업자 등록을 하고 그해 4월부터 11월까지 합계 990억여원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사업 이전에 동스크랩 유통업을 영위한 적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수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는 점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피고인은 성명 불상자와 공모해 범행에 기여하는 행위를 분담함으로써 허위 세금 계산서를 발급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성명 불상자 범죄자가 또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성명 불상 범죄자도 공범으로 함께 법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들었다. 다행히 이러한 혐의로 법 심판을 받는 동스크랩 업계 종사자 대다수는 무죄로 풀려나는 모양이다. 이번 사건도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항소심 판결을 지켜보겠다.

/이시은 사회부 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