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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운행을 맡은 오퍼레이터는 자율주행 차량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차량의 운전대를 잡고 주로 주행했다. 2021.12.8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수동 주행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7일 오후 8시50분께 시흥 오이도역 건너편 '마중' 탑승장. '자율주행차량을 콜택시처럼 부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스마트폰에서 '마중' 앱을 내려받은 후 차량을 호출했다. 노선은 모두 5개. 출발지는 오이도역 쪽 탑승장 하나였다. 대기하는 다른 승객은 없었다.

'시흥 배곧 한라비발디캠퍼스아파트'로 향하는 목적지를 선택하니 배차가 바로 이뤄졌다. 15분 뒤 차량 보닛 위에 '마중' 글씨가 크게 적힌 하얀색 아이오닉 차량이 등장했다.

'자율주행'에 대한 기대감은 차량을 탑승하고 얼마 뒤 사라졌다. 운전석에 앉은 오퍼레이터가 기자를 반갑게 맞으며 자율주행 차량 출발 버튼인 '크루즈' 버튼을 눌렀는데 단번에 작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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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오이도역 건너편 '마중' 정류장. 2021.12.8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오퍼레이터는 "수동으로 주행하겠습니다"라고 겸연쩍게 말했다. 목적지로 향하면서 이따금 오퍼레이터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며 자율주행 시범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핸들을 다시 붙잡고 전방을 예의주시했다.

수요응답형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를 표방한 '마중'은 돌발 상황에선 운전자가 개입해야 하는 자율주행 수준인 '레벨3' 수준이다.

출발 버튼 작동 안돼 '수동으로'
돌발땐 운전자 개입 '레벨3' 수준


이날 탑승했을 때는 퇴근시간대가 지난 후여서 도로에 차량이 많지 않았다. 갑자기 다른 차량이 끼어드는 등의 '돌발' 상황은 딱히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오퍼레이터가 핸들을 놓은 시간보다는 잡고 있던 시간이 조금 더 길었다.

해당 서비스의 소프트웨어는 서울대 산학협력단, 하드웨어인 차량 제조는 오토머스 측이 담당한다. 자율주행 서비스가 차질을 빚은 데 대해 오토머스와 서울대 산학협력단 측 입장은 엇갈렸다.

오토머스 관계자는 "자율주행의 핵심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다. 자율주행 서비스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을 때 서울대 측에 알고리즘 오류 등에 대한 자문을 구하면, 하드웨어 쪽 문제라고 하니 답답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측은 "2년 가까이 차량이 운행되다 보니 차량 내구성이 떨어져 외장형 연결장치 등 차량 하드웨어 측 문제로 자율주행에 차질이 빚어질 때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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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 서비스에 투입되는 하얀색 아이오닉 차량. 2021.12.8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현대자동차와 카카오모빌리티 등은 내년 상반기 판교 일대에서 레벨3보다 한 단계 높은 '레벨4' 수준(비상 상황에도 운전자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의 자율주행 모빌리티 운행을 예고하고 있다. 시흥시 역시 '마중' 시범 서비스를 발판 삼아 배곧동 일대를 자율주행 중심지역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계획이다.

오토머스·서울대, 차질원인 이견
현대차·카카오, 내년 '레벨4' 운행
혼잡 도로서 '온전히 구현' 미지수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시범 사업 2년 가까이가 지난 지금, 큰 돌발 상황이 아닌 경우에도 운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적지 않은 가운데 내년에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가 본격화된다고 해도 혼잡한 도로 여건 속에서 온전히 구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서울대 측은 "올해 2월부터 11월까지 1천200명가량이 이용했고, 91%가 '마중' 서비스의 혁신성을 높이 평가했다. 93%는 재이용하겠다고 답했다"면서 해당 서비스가 호평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