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위기가 충격적이다. 9일 통계청은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0.81명에서 내년에 0.69명으로 떨어지고 2024년에는 0.5명대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예측치를 내놓았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하는 아이의 수를 뜻한다. 출산율 0.52의 의미는 여성 2명 중 1명만이 1자녀만 출산할 정도의 저출산이 고착화 된다는 의미이다.

'2020~2070 장래인구추계'에 의하면 우리 인구는 지난해가 정점이었으며 예상치보다 빠른 속도로 감소하여 2070년에는 3천766만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고령화도 급격히 진행되어 2070년에는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1천408만명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국민의 절반 이상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저생산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산율 감소는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총부양비의 증가로 나타나, 세수감소와 복지비용 지출의 증가로 경제와 국가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년도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로 선진국으로 지위변경을 했지만 출산율 위기로 암울하다. 출산율 저하는 세계적 추세이고 코로나19로 인해 더 심각해진 사정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하위국이라는 점은 매우 특수한 상황이다. 인구절벽은 결국 국가 위기로 이어진다.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 출산장려 정책도 적지 않다. 지자체별로 출산장려금, 전입가구 정주지원금 등의 인구활력화 방안이 제시되고 있으나 금전적 보상 위주의 대책이 근본적 출산장려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출산율 위기 문제는 구조적이고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재 초혼연령이 높아지고, 20대 미혼율도 급증하고 있다. 독신여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결혼한 여성도 출산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들은 근본적으로 노동 불안정 상태에 있다. 실업률의 증가와 소득 감소, 플랫폼 노동으로 인한 노동강도의 증가로 인한 것이다. 여성들의 취업률은 증가하고 있지만 직장과 가사노동을 책임져야 하는 이중부담, 고용과 임금의 성차별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출산율 문제의 본질은 결국 여성의 노동권 문제라는 것이다. 여기에 출산과 양육을 여성의 의무처럼 강요하고 있는 사회의식과, 부모의 교육부담을 가중시키는 한국 특유의 교육환경도 구조적인 요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