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가 찰 일이지만 현실이다. 기자가 보는 사람에 대한 평가 기준 중에는 세 가지 부류가 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희로애락이 있게 마련, 거친 풍파와 난관에 부딪혀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야 할 때도 있다. 그런 위기 때 현자와 소인의 대응은 다르다.
첫째 유형은 위기에 처하면 그 순간만 모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기도 모르고 낭패를 보는 사람도 있다. 위기를 더 좋은 기회로 만들어 내는 슬기로운 사람도 있다. 대선 게임은 후보 혼자 결정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후보의 인성과 개성이 묻어나게 마련이다.
이번 대선 '쏟아지는 사과' 최악 네거티브전
말싸움·잔꾀에 능한 후보가 유리 벌써 걱정
이명박 정부 때 일이다. 이 전 대통령이 몇 해 전 해외 순방길에 손주의 손을 잡고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는 장면이 카메라 기자들에게 들켰다.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사과와 여행 경비 반납을 요구하며 강하게 몰아붙였고, 도하 언론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꾀돌이'로 통하던 이동관 홍보수석실은 "정상외교에서 대통령의 가족동반은 국제적인 관례"라며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해외순방을 예로 들면서 빠져나가는 듯했다.
선거판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예도 있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시절에 장인어른의 부역 논란이 일자, "그러면 제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고 답해 동정을 이끌어냈다.
이렇듯 이번 대선도 후보는 물론 후보 부인 리스크까지 등장하면서 '부인 뽑는 선거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 때, 그의 형과 형수에게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부어 곤욕을 치렀지만, '어머니'에게 패륜을 저지른 형을 공격하며 정면돌파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번 대선 이슈로 주목받은 대장동 비리 의혹 사건도 현재까지는 공방전에 불과하고, 여배우 추문, 형의 정신병원 입원 문제, 4차례의 전과 문제도 위기임이 틀림없다.
'윤석열 리스크'도 누구 말마따나 차고 넘친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5·18 빼면 정치 잘했다'는 발언으로 광주까지 내려가 사과했고, 부인의 유흥주점 접대부 풍문, 허위경력 의혹, 장모의 부동산 투기 문제 등 검증해야 할 문제가 한 두건이 아니다.
이쯤 되니, 선거 패턴은 이미지 선거로 확산되고 있고,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보다는 그들이 내뱉는 망언과 실언이 조명을 더 받을 때가 많다. 비호감 대선으로 얼룩지고 있는 이유다. 앞으로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두 후보 모두 의회 정치를 해 보지 않은 '0선'인 데다, 그만큼 실수와 검증대에 오를 소지가 많아 더 '오물 선거'가 되는 듯하다. 대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그렇다 할 이슈 논쟁이 없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도덕적 이상 사회를 꿈꾸는 것은 아닐지라도
거짓·위선 국민기망 후보는 가려내야 할텐데
유력 후보, 두 사람의 사회성과 현실과 괴리된 일들이 많이 벌어지다 보니 세간에서는 '찍을 사람이 없다'는 세평이 난무한다.
그럼 무얼 보고 뽑을 것인가. 현실을 직시하고 잘잘못에 대해 반성할 줄 알고, 사회 공감과 맞춰가는 진정성 있는 사람을 골라내야 한다. 이런 걸 검증하기 위해선 중도층이 많은 경기·인천지역 유권자들이 더 눈을 크게 뜨고 현실을 보아야 한다. 도덕적으로 이상 사회 실현을 꿈꾸는 것은 아닐지라도 거짓과 위선으로 국민을 속이는 후보는 가려내야 한다. 진정성을 가진 이성적이고 합리적 후보와 그들이 추진하는 정책과 공약을 보고 더 꼼꼼한 심판을 해야 할 때다. 나라의 운명이 갈린 선거다.
/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