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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발달장애인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경인일보 DB
 

40대 발달장애인 강모씨는 경기도 내 한 직업재활시설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을 근무하고 월 70만원을 받는다. 전기 컨트롤 박스 등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강씨는 "교통비와 식비 부담이 커 임금 상향을 요구하고 싶어도 시설에서 적자 감당이 어렵다는 반응이라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보호작업장 등 도내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이 '보호'라는 미명하에 최저임금의 절반도 받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에 노출됐다. 이들 임금은 생산하는 상품의 수익금을 통해 시설이 자체 해결하라는 게 국가와 지자체의 방침이라 정부가 이들 장애인에 대한 노동 착취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도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157개소에서 일하는 근로장애인 2천753명의 월 평균임금은 71만1천원이다. 올해 최저임금(182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대비 임금 인상률(0.6%)도 최저임금(1.5%)과 3배 가까운 차이다.

최저임금법상 장애 등의 이유로 근로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아 시급 하한선이 없다. 즉 사업주가 얼마를 지급하든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경기도내 직업재활시설 157개소
2753명 월평균 71만1천원에 불과

시급 하한선 없어… 法저촉 안돼


장애인 단체들은 시설이 임금에 비해 과도한 노동을 강요한다며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 폐지 등을 요구하는 반면 시설은 법 개선 시 사업자의 임금 부담이 늘어 장애인 고용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정부와 지자체는 사실상 이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시설 운영비와 사회복지사 인건비와 달리, 근로장애인 임금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지 않는다. 시설은 자체 생산품 수익금만으로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임금을 급격히 높일 경우 보호작업장(10명) 등 의무고용 인원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재활시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호작업장은 노동보다 '보호'에 초점을 맞춰 생산성이 떨어지는 중증장애인 고용이 많아 임금 상향이 적자로 이어져 시설 폐쇄까지 초래할 수 있다.

시설에 '임금지원' 우선돼야 지적
"일회성으로는 환경 개선 불가능"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와 지자체는 직업재활시설을 '일반 사업장'으로 취급해 과도한 임금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의 시설 임금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도 역시 지원의 필요성을 느낀다면서 정부가 시설별로 장애인 1명씩만 임금을 보전하는 사업을 바탕으로 지원 확대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들은 일회성 사업의 지원으로는 저임금 노동 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지속적인 임금 보전을 위해 보건복지법을 개정하는 등 제도개선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