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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주 문화체육팀 기자
공연을 좋아하는 나에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묻는다. "왜 같은 공연을 여러 번 봐?" 그러면 이렇게 대답한다. "하늘 아래 같은 공연은 없어."

연주자들의 컨디션, 공연하는 배우들의 대사, 동작, 애드리브는 매회 같을 수 없다. 보는 이의 감정,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과 찰나의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야말로 소위 말하는 '회전문'을 도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이렇게 덕후(한 분야에 빠진 사람을 의미하는 말)가 되면 호구가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내 통장이 '텅장'이 될지라도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는 관객이 바로 덕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 내가 호구지"라며 자조 섞인 말을 하면서도 좋아하는 공연을 보기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든 갈 수 있는 게 덕후들의 마음이다.

반면 가장 큰 팬이면서 뼈아픈 지적을 할 수 있는 덕후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덕후가 있다는 것은 고정팬층이 있다는 건데, 이러한 팬층은 공연을 제작하고 무대에 올리며 유지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들의 의견을 그냥 듣고 흘려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연을 기획하는 기획사나 여러 기관 등이 이러한 수요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순간, 최고의 안티팬이 생기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 된다. 공연에 문제가 생겼음에도 그냥 시간이 지나고 얼렁뚱땅 넘기면 잊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거나, 잘 만들어진 토대에 정치적인 목적 또는 이유를 끼워 넣어 헤집어 놓는 일, 개인의 사리사욕이 지나치게 반영되는 일 등 팬들의 등을 돌리게 하는 사례는 여럿 있어 왔다.

어떤 것을 차근차근 쌓아올린다는 것은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일이지만, 이것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과연 무대 뒤를 보지 못한다고 해서 관객들이 모를까. 무대 위에 올라오는 하나의 공연에는 언제나 수많은 관객의 눈과 귀가 함께하고 있음을 기억해 줬으면 하는 한 덕후의 바람이다.

/구민주 문화체육팀 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