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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캠프 시어즈. 2021.12.20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정부의 환경 검증 후 미군으로부터 반환된 공여지에서 오염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캠프 라과디아에서 불과 3㎞ 떨어진 캠프 시어즈(유류 저장소)에서도 지난해 8월 도시개발사업 도중 기준치를 넘은 오염토가 다량으로 검출돼 공사가 중지됐다. 착공에 들어간 지 3개월 만의 일이다. 차질 없이 진행됐다면 해당 부지에 청소년 미래직업체험관과 45층 규모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내년 말까지 조성될 예정이었다.

지난 16일 공사장 임시 가림벽에 둘러싸인 의정부 캠프 시어즈 부지는 공사 소리 대신 고요한 적막만 흘렀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어야 할 평일임에도 가림벽 입구는 모두 자물쇠로 채워져 접근이 차단됐다. 부지 내부엔 공사 장비와 포클레인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미래직업체험관·45층 아파트 예정
착공 석달만에 오염토 다량으로 검출

 

인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모(57)씨는 "올해 초부터 돌을 파쇄하는 요란한 소리가 나고 트럭이 왔다 갔다 하는 걸 봤다. 10월쯤 손님으로 방문한 공사 관계자한테서 이제서야 정화 작업을 마무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개발 사업자인 나리벡시티개발(주)는 지난 2월부터 10월 초까지 약 100억원의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오염 정화를 진행했다. 시가 국방부와 사업자에게 공동 정화 행정명령을 내렸는데, 서로 책임을 떠넘기다 사업자가 공사 지연에 대한 추가적 손실을 막기 위해 직접 정화에 나선 것이다.

개발 현장에서 만난 사업 관계자는 국방부로부터 공여지를 구매할 때까지만 해도 정부의 환경 정화와 검증을 거쳐 TPH 오염도가 기준치 이내로 확인돼 정부를 믿고 개발에 나섰다는 반응이다.


의정부시, 공동정화 행정명령 내려
결국 사업자 추가 손실 막으려 나서
국방부 상대로 비용 민사소송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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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캠프 시어즈. 2021.12.20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그러나 일부 토양에서 TPH가 기준치의 최대 12배 넘는 수치로 검출된 후 정부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이미 정화 책임을 다하고 매각한 후라 책임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방문하고 사람들이 거주할 공간인데 어떻게 오염을 방치할 수 있겠나. 당연히 국가가 나서서 정화가 부실했으니 책임을 지겠다고 나설 줄 알았는데, 회피해 사업이 더 미뤄지면 손실을 감당할 수 없어 민간이 정화를 감수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리벡시티개발(주)는 추후 정화 비용에 대해 국방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잔여 오염 검증까지 마쳤음에도 공사 재개 일정은 아직 불확실하다. 지자체를 통한 사업 인허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자 측은 내년 3월부터는 공동주택 부지를 조건부로 착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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