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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주 인천본사 경제팀 기자
2014년 4월16일. 그날의 충격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TV에서 생생하게 방송되던 모습들, 사망자 수와 실종자 수가 표기된 자막, 유가족들의 망연자실한 표정까지. 속수무책으로 기울어져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세월호 모습은 머릿속에 깊이 각인됐다.

그날 이후 인천과 제주를 오가던 배는 볼 수 없었다. 보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추억으로만 간직했던 인천~제주 뱃길이 지난 10일 다시 열렸다. '신뢰, 그 이상'이라는 뜻을 품은 '비욘드 트러스트(Beyond Trust)'호가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 뱃고동을 울렸다. 무려 7년8개월 만이다.

취재를 위해 첫 운항하는 비욘드 트러스트호에 탑승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서웠다. 세월호 침몰 지점인 맹골수도는 우회해서 간다지만 세월호 기억이 두려움을 자극했다. 다행히 이 불안함은 배 내부로 들어선 이후 조금씩 사라졌다.

이날 배에서 만난 한 시민은 비욘드 트러스트호에 대해 "테마파크 같다"고 했다. 배 내부는 고급스럽고 화려했다. 편의점과 카페, 휴게·오락 공간, 안마의자 등 없는 게 없었다. 그러면서도 테이블과 의자가 쇠사슬로 고박돼 있는 등 안전을 놓치지 않으려는 점이 돋보였다.

세월호 참사를 의식하듯 비욘드 트러스트호 직원들도 '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배의 선사인 하이덱스스토리지 관계자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라며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여객은 없다. 안전과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운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욘드 트러스트호 선장의 팔목엔 세월호를 기억하는 '노란 팔찌'가 있었다.

아무리 안전에 만전을 기해도 해양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날의 공포와 악몽은 절대로 반복돼선 안 된다. 비욘드 트러스트호가 이름의 뜻처럼 신뢰 그 이상을 쌓아 승객들의 불안함을 잠재울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유진주 인천본사 경제팀 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