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인천과 제주를 오가던 배는 볼 수 없었다. 보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추억으로만 간직했던 인천~제주 뱃길이 지난 10일 다시 열렸다. '신뢰, 그 이상'이라는 뜻을 품은 '비욘드 트러스트(Beyond Trust)'호가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 뱃고동을 울렸다. 무려 7년8개월 만이다.
취재를 위해 첫 운항하는 비욘드 트러스트호에 탑승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서웠다. 세월호 침몰 지점인 맹골수도는 우회해서 간다지만 세월호 기억이 두려움을 자극했다. 다행히 이 불안함은 배 내부로 들어선 이후 조금씩 사라졌다.
이날 배에서 만난 한 시민은 비욘드 트러스트호에 대해 "테마파크 같다"고 했다. 배 내부는 고급스럽고 화려했다. 편의점과 카페, 휴게·오락 공간, 안마의자 등 없는 게 없었다. 그러면서도 테이블과 의자가 쇠사슬로 고박돼 있는 등 안전을 놓치지 않으려는 점이 돋보였다.
세월호 참사를 의식하듯 비욘드 트러스트호 직원들도 '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배의 선사인 하이덱스스토리지 관계자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라며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여객은 없다. 안전과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운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욘드 트러스트호 선장의 팔목엔 세월호를 기억하는 '노란 팔찌'가 있었다.
아무리 안전에 만전을 기해도 해양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날의 공포와 악몽은 절대로 반복돼선 안 된다. 비욘드 트러스트호가 이름의 뜻처럼 신뢰 그 이상을 쌓아 승객들의 불안함을 잠재울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유진주 인천본사 경제팀 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