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외국인노동자에게 쉴 공간을 제공하는 조례안이 일부 도민의 반발로 제정되지 못했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3D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노동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데다, 열악한 숙소환경으로 목숨까지 잃는 인명피해가 발생했지만 결국 차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된 것이다.
경기도의회 원미정(민·안산8)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 외국인노동자 쉼터 지원 조례안은 최근 제356회 정례회에 상정됐으나 지난 14일 상임위 문턱을 넘기지 못하고 의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조례안은 앞서 제355회 임시회 때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도민 반발이 커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숙소환경 열악 잇단 사고에 발의
일부 도민 반대에 도의회 계류중
이 조례안은 도내 산업 구조 특성상 외국인노동자가 많아 이들의 노동환경과 복지수준을 높이기 위해 발의됐다.
통상 근무지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 외국인노동자가 갑작스레 사업장 폐쇄나 실직 등으로 머물 곳이 없어지면 재취업 때까지 쉼터에 머물 수 있도록 하고, 시·군이 쉼터를 조성해 운영할 때 도가 지원하는 것을 규정하는 게 골자다.
지난해 12월, 포천 외국인노동자가 살던 비닐하우스에서 불이 나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자 마련됐다.
조례안이 입법 예고되자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일부 도민의 목소리가 거셌고 결국 이번 회기 때도 가결되지 못했다. 지난 9월 입법 예고가 진행된 열흘간, 반대 의견은 100건 이상에 달했지만 찬성은 0건이다. 반대 배경은 세금을 내지 않는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복지시설 반대, 외국인노동자 실업 문제가 내국인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주였다.
세금 미납부 등 이유 내세우지만
지방세·건보 등 납부 설득력 낮아
그러나 국내 고용허가를 받은 외국인노동자는 모두 지방세와 건강보험 등 세금 납부 의무가 있고 국내 사업장이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려면 내국인 구인 노력을 했음에도 실패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절차가 있어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낮다는 설명이다.
또 내국인이 기피하는 3D업종을 외국인들이 대신하고 전국에서 외국인노동자가 경기도에 가장 많은 만큼 조례 제정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도내 외국인노동자 비중은 전국의 42.7%에 달했다.
원 의원은 "도내 중소 제조업들은 외국인노동자 쉼터 조례가 마련돼 더욱 안정적으로 고용이 이뤄져야 공장이 돌아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노동자만을 위한 조례가 아닌, 도내 중소기업을 비롯한 우리 모두를 위한 조례인데 사실이 왜곡돼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