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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유족이 23일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김동필 기자 phiil@kyeongin.com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관련 의혹을 받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주무 부서장으로 재직하며 수사받다 지난 21일 숨진 채 발견된 고 김문기 개발1처장의 유족은 23일 "고인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수차례 결재 서류를 올렸다"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고인의 동생 김모(55)씨는 이날 김 처장의 빈소가 마련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어 이를 정확히 하고자 가족들과 회의를 한 뒤 이렇게 자리를 만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김 처장이 (대장동 개발 사업협약서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본부장 등 '윗선'에 결재 서류를 수차례 올렸는데, 전부 반려되고 통하지 않았다"며 "이런 부분들로 인해 구속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과 다툼도 있었고, 따귀도 맞은 걸로 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 정도로 서로 관계가 안 좋았는데, 유 전 본부장과 함께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를) 했다는 건 절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심지어 형은 상관이 지시한 대로 안 따라서 인사고과점수도 최하로 준 걸로 안다"고 했다.

김 처장의 형은 "동생이 (유 전 본부장보다) 나이가 더 많고, 유 전 본부장이 (동생보다 나이가) 적다"며 "그런데도 뺨을 때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장 쟁점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라며 "마치 동생이 설득 당해 결정된 것처럼 소개되곤 하는데, 그게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인의 동생 김씨는 김 처장이 민간사업자 선정 평가위원으로 화천대유 자산관리회사가 참여한 하나은행컨소시엄에 유리한 점수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다른 업체에 0점을 줘서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밀어줬다는 건데, 0점 처리된 부분은 총점의 3%에 불과하다"며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됐다고 하기엔 3%에 불과한 점수는 너무 미미한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성남의 뜰 사외이사 건도 언급했다. 김씨는 "성남의뜰 사외이사는 뭐를 받아서 된 게 아니라 성남의뜰과 성남도시개발공사 간 회사 합의에 따라 이뤄진 정식 사외이사"라며 "개인의 사리사욕이 절대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고인이 남긴 '편지'도 가방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을 상대로 쓴 자필편지로, A4 2장 분량이다.

그는 편지 내용에 대해 "상주인 조카가 확인한대로는 초과수익 환수 부분에 대해 여러번 상부 결정권자에게 결재를 올렸는데 들어주지 않아 너무 억울하다, 회사에서도 법적인 대응을 해주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서운하면서 억울하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제가 무조건 형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라며 "회사 보안 서류를 정민용 변호사에게 보여준 것은 형의 잘못"이라고 했다. 고인은 지난 9월25일 정 변호사에게 비공개 자료인 민간사업자 평가배점표 등을 보여줬다가 자체 감사를 받았다. 김씨는 "다만 정 변호사와 형 둘이서 합작해 1대 1로 보여준 건 아니"라며 "팀원 2명이 입회한 뒤 공개해도 괜찮다고 해서 같이 열람했다는 점은 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고인의 죽음에 대해 김씨는 "형은 검·경·감사·회사에 대한 배신감 등 각종 중압감에 시달려왔다"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 가족들은 누가 시킨 걸로 느껴진다"고 했다.

끝으로 유족 측은 "잘못된 부분, 특히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를 고인이 한 것처럼 돼 있어 (고인이) 그 부분이 가장 억울해 했고 힘들어했다"며 "억울함이라도 해소됐으면 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섰다. 부디 진실을 잘 전해달라"고 빈소로 돌아갔다.

한편 경찰은 고인의 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은 없다'는 1차 소견을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야당 측은 고인이 숨지기 직전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이사가 고인과 만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재명비리검증특별위원회 이기인 성남시의원은 "21일 오후 2시께 이성문 대표이사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찾아와 고인과 만남을 시도하고, 앞서 월요일(20일)에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찾아와 고인을 만나려 했지만, 고인이 거절한 걸로 안다"며 "미심쩍은 부분인 만큼 이 부분도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