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시에 십자가 불빛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도 조치해주지 않아 직접 목사에게 전화해 꺼달라 요구했죠"

시흥시 한 주택가에 거주하는 김모(45)씨는 집 맞은편 교회의 십자가 불빛 때문에 밤 9시까지도 방 안이 낮인 것처럼 환하다. 2년여 전부터 불빛으로 수면 방해 등을 겪어 시에 제재를 요청했지만, 매번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왜 조치할 수 없나 물으니, 현행법상 종교상징물은 빛공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시가 답했다. 결국 밤마다 직접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불빛을 꺼달라 요구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도 내에서 십자가 불빛 등 종교상징물 빛공해 피해 민원은 매년 60건 이상으로, 전체 빛공해 민원의 10% 가까이 차지한다. 이러한 상황에도 종교 시설은 현행법상 빛공해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공조명 불빛이 강한 시설에 과태료 등 규제를 가하겠다며 도가 지정한 조명환경관리구역(12월17일자 2면보도='빛 공해로 수면 방해'… 허울 뿐인 규제 정책)에도 종교상징물은 대상에서 제외돼 피해가 방치될 것으로 우려된다.

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종교상징물로 인한 빛공해 피해 민원 접수가 194건으로, 연간 60건 이상 발생했다. 특히 성남시(21건), 용인시(19건), 고양시(17건) 등 주로 주택이 밀집한 도심 지역 주민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종교상징물은 현행법상 민원이 접수돼도 정부와 지자체는 어떠한 규제나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종교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성이 크다는 이유로 빛공해 방지법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주유소, 야외 체육시설 등도 제외 대상에 포함됐지만, 이들 대부분은 주택가가 아닌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반면 종교시설의 경우 주로 주택가에 입지해있어 주민 피해가 적지 않지만 규제 예외를 받으며 사실상 특혜를 받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한 기준에 대해 지자체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내후년부터 도가 가평, 연천을 제외한 전 시군에서 빛 반사 기준을 초과한 인공조명 시설을 규제하는데, 정작 민원 비중이 높은 종교시설의 표지물은 제재할 방법이 없어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이 무의미하다는 반응이다.

환경부는 개정 필요성을 느낀다면서도 종교계 반발이 심해 개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개정을 위해서는 공청회를 열어 종교계의 동의를 얻는 절차가 필요한데, 상징물이 종교 정체성과 연관되다 보니 민감하게 반응해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