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3명중 1명,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받아
수단은 카카오톡 등 개인메신저가 많아
직장 상사가 퇴근 후 업무지시를 하면 급하지 않은 업무라도 바로 처리한다는 노동자가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의 '저녁 있는 삶'에 대한 직장 문화가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경기연구원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경기도 거주 노동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90.0%가 퇴근 후 직장 상사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았을 때 급한 경우 다음날 출근 이전까지 처리한다고 응답했다. 또 급하지 않은 업무이더라도 바로 업무처리를 수행했다고 응답한 비중은 40.6%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상급자의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이유를 물은 결과 약 30% 응답자가 '노동 시간 외 업무지시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의 20.1%는 '생각난 김에 지시'라고 답했으며, 5.1%는 '시간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4.2%는 '상대방이 이해해줄 것으로 생각해서'라고 답했다. 나머지 70.0%는 '외부기관과 상사 등의 갑작스러운 업무처리 요청'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동자 3명 중 1명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를 받는다고 했으며 업무지시 수단은 카카오톡 등 개인메신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빈도를 물은 결과 ▲매일 2.8% ▲일주일에 두 번 이상 9.2% ▲일주일에 한 번 22.2% ▲한 달에 한 번 37.0% ▲1년에 한 번 16.6% 등으로 집계돼 전체 34.2%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퇴근 후 업무지시에 시달린 것으로 풀이된다.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를 받는 매체(중복응답)는 카카오톡을 비롯한 개인 메신저 73.6%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이 ▲전화 69.2% ▲문자 60.0% ▲전자우편 38.6% ▲사내 메신저 35.6% 등 순이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연구원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점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훈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계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노동법에 명시해 일·가정 양립과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업무 관행을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근무시간 외 업무와 관련한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로, 2017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필리핀, 포르투갈 등에서 노동법에 해당 권리를 명시해 시행하고 있다. 국내는 광명시 등 일부 지역 조례가 있을 뿐 관련 법률 규정은 없다.

/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