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팽성읍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주변에서 미군을 상대로 하는 부동산중개업을 둘러싼 미군과 국내 중개업체들 간 갈등이 3개월여 만에 진정국면을 맞았다. K-6 기지 주변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평택공인중개사 및 주택관리업체연합회'와 미군 측 갈등은 지난 9월17일 시작됐다. 미군 측이 미군 주택과에 등록된 부대 주변 80여 곳의 공인중개업소를 대상으로 보낸 영업지침서약서 서약을 회원들이 거부하면서다.

연합회 소속 중개인들은 "미군 측이 기존 5개 항인 영업지침서약서 내용을 27개 항으로 확대 변경한 뒤 서명을 강제하는가 하면 불공정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항의 시위를 이어왔다. 영업지침서약서에는 '중개인은 미군이 임대한 주택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3일 안에 이를 해결해야 하며, 위반 시 페널티를 준다'와 17호 '임대주택의 월세를 대폭 내려야 한다'는 등 불공정 조항이 들어있다.

특히 인근의 평택 신장동 오산 에어베이스 미군기지와 독일·일본 미군기지에는 없는 불공정한 업무지침서약서가 유독 K-6 미군기지에만 있다는 게 중개인들 주장이다. 이 때문에 '점령군 행세를 한다'거나 '슈퍼 갑질'이라는 험한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미군 측은 지난 23일 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미군 주택과에 등록된 기지 주변 73개 중개업체를 40개로 줄이려 한 계획을 전면 철회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이란 게 중개인들 불만이다. 반발여론이 수그러들고, 시민·사회단체 및 평택시까지 나서려던 움직임이 잠잠해지면 언제든 다시 불붙을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노예 계약'이라는 영업지침서약서와 관련한 미군 측의 입장을 수정한다거나 철회하겠다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회원들 사이에서는 여론이 안 좋아지니까 중개업체 제한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노예 계약과도 같은 영업지침서약서에 대해서 일언반구 없는 것이 그 증거이며 부정적 여론을 피해 가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미군 측이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는 연합회 입장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당연한 주장이다. 마침 평택시가 양측의 분쟁이 확산하는 것을 막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군 측에 공인중개사 측의 요구사항을 정식 공문 형태로 보냈다 한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미군 측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