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한국국토정보공사)의 측량오류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공사가 지난 2017년부터 올 6월까지 지적측량 오류 등의 사유로 민간에 손해 배상한 건수는 총 56건으로, 보상 금액은 29억6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약 6억원을 국민 혈세로 날리는 셈이다.

공사는 국내 토지 측량 대부분을 담당하는 공기업인 만큼 국민들의 '신뢰'가 생명이다. 더구나 토지 측량은 국민의 일상과 재산권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업무다. 이처럼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기업이 잦은 실수로 혈세를 낭비하고 국민 생활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최근 인천에서는 공사의 측량 오류로 국민들 간 재산권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기업이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분쟁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사례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측량 관련 실수로 진행된 소송 가운데 절반 이상은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고 한다.

이처럼 토지 측량 오류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한데도 정작 공사는 별 문제 의식을 갖지 않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토지 측량을 잘못한 직원들에 대한 후속조치로 볼 때, 공사가 자정 노력을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교흥(민·인천 서갑) 의원이 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징계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 6월까지 전체 53명 가운데 30명이 훈계나 주의 처분에 그쳤다. 그나마 이보다 높은 수위라는 견책이나 경고를 받은 직원은 각각 1명에 불과했고 퇴직 등의 이유로 아예 징계를 받지 않은 직원도 21명이나 됐다.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돼 구상권 청구 등 징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공사가 스스로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듯이 '지적'(地籍)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국토공간정보산업의 초석으로 국토의 모든 정보를 기록해 놓은 '땅의 주민등록'이라 할 수 있다. 지적의 기본이 되는 토지 측량은 그만큼 한 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각오로, 엄중하고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공사는 이 점을 중시, 이제라도 측량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