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산시의 한 동네 의류수거함에서 탯줄이 달린 영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성탄절을 전후해 시민들은 의류수거함 앞에 꽃다발과 분유 등을 올리며 아기의 죽음을 애도했다. "지켜주지 못한 어른들이 미안하다"는 추모글이 가슴을 때린다.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숨기려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경찰의 전언은 참담하다. 탄생하는 모든 생명을 축복으로 여기는 사회와 기본적인 육아를 책임지는 국가라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에 생각이 미치면 한없이 답답한 심경이다.
겉으로는 대한민국도 육아지원에만 46조원을 쓰는 복지국가이다. 당면한 출산 절벽을 극복하기 위해 출산, 육아 지원예산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온 덕분이다. 출산 장려금부터 주거, 보육, 학비 지원 등 전 부처에 산재한 출산, 육아지원 정책은 셀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현실은 출산과 육아 부담에 짓눌려, 태아를 지우거나 영아를 유기하고 자녀에게 극단적인 폭력을 가하는 가정과 부모가 속출한다.
경인일보가 최근 연재한 '통 큰 기사-아이를 위한 도시는 없다'는, 슈퍼 예산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국가 보육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남편과 별거한 뒤 두 자녀를 홀로 키우다 생활고에 시달려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가 미수에 그친 한 싱글맘의 사례는 그녀에게 도달하지 못한 국가 보육 정책을 신랄하게 고발한다. 6자녀를 키우는 수원의 한 가정은 지자체로부터 주거지원을 받았지만, 정부의 실효적인 보육 지원은 없다고 고백했다. 자녀를 포함해 식구 8명이 10년 이상 된 500만원 미만의 고물 승합차를 타야 주거급여를 준다고 한다. 출산 장려에 독이 오른 정부의 다둥이 가구 주거급여 기준이 기괴하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는 정부의 육아 정책에 대한 실망과 불신을 보여준다. 육아정책이 부모의 현실적인 욕구를 충족하고 정책 서비스의 성과를 체감한다는 응답은 열에 둘도 안 된다.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두려워하고 육아의 고통에 시달리는 위기 가정에 대한 직접 지원을 확대하고 인상할 필요가 절실하다. 지금처럼 출산과 육아를 감당할 수 있는 유산 계층과 이것이 불가능한 무산 계층을 구분하지 않는 간접지원 방식을 고집하면 저출산 극복은 실패하고 위기 가정의 비극만 확대될 수 있다. 고비용 저효율 출산-육아 정책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사설] 대전환 절실한 고비용 저효율 육아지원 정책
입력 2021-12-28 20:44
수정 2021-12-2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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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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