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신문을 펼칠 시간. 언제부터라고 콕 집을 수는 없지만 제목 훑기식으로 신문을 보는 게 습관이 됐다. 어제 저녁 잠자리에 누워 휴대전화로 본 기사 외에 혹 다른 기사가 있나를 챙긴다. 몇 분을 봤을까. 채 20분을 못 넘기고 이내 출근준비에 들어간다. 오롯이 집에서 신문지면을 대하는 시간은 이렇게 아침 20여분. 거실 좌탁에는 나중에 다시 보겠다는 심산으로 던져놓은 신문이 쌓여만 간다.
평소 3~4개의 신문을 보며 선후배들로부터 무불통지로 통하던 대쪽같은 성격의 한 선배가 있다. 환갑이 넘어 혼자 사시는 선배는 얼마 전 전화로 고해성사하듯 미안함을 전하셨다. "○○야, 나 지난달 신문을 끊었어. 고민 많이 했어. 근데 끊었어. 다른 것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어서." 아직 신문사란 물에 남아 악전고투하고 있는 후배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선배의 말 너머에는 평생 글을 써왔던 선배의 삶에도 변화가 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사 정보를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씁쓸함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독자들 종이신문 1주일에 '평균 4일' 읽어
정부의 광고집행 기준도 올해부터 달라져
지난달 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1 신문잡지 이용률 조사'에 따르면 최근 1주일 동안 신문·잡지를 읽었는지를 나타내는 열독률이 13.2%라고 한다. 독자들은 종이신문을 1주일에 평균 4일, 하루평균 13.9분 읽는다는 것이다. 매일 머리 싸매고 열심히 취재해서 내놓은 뉴스들이 독자들에게 하루 15분도 안 되는 촌각만 머문다는 사실. 종이신문의 위기에 대해서는 수년 전부터 거론됐음에도 수치화 될 때만 다급할뿐 달리 출구를 못 찾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읽는 뉴스를 멀리하고 보는 뉴스를 선호하는 현실은 대부분의 시사 정보를 텔레비전(54.8%)이나 인터넷 포털(36.4%) 등을 통해 얻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이제 종이신문은 어떤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갈 것인가.
설상가상으로 신문사들의 경영과 직결되는 정부의 광고집행 기준도 올해 1월1일부터는 달라진다. 한국ABC협회의 인증 부수 대신 구독률, 열독률 등이 중요 지표로 활용된다고 한다. 이를 위해 지난달 말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신문잡지 이용률 조사'가 발표됐다. 5구간으로 나뉘어 조사한 열독률의 1구간엔 조선·중앙·동아 등 6개 매체와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 지원대상에 선정된 지역신문 7곳 등 13개 매체가 포함됐다. 2구간엔 27개 매체가, 3구간과 4구간엔 각각 64개, 223개 매체가 포함됐다. 정부광고 대행권을 한국언론재단에 독점 부여해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으며 조사과정에서의 투명성이나 공정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MB정부 당시인 2010년부터 발행 부수 및 유가 부수 공개를 밀어붙일 때가 있었다. 발행 부수 공개 검증에 참여한 신문사에만 정부 광고를 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미디어 정책을 편다며 신문사들이 반발했다. 이에 한국ABC협회는 유가 부수 인정 구독료 기준을 80% 이상에서 50%로 낮추고, 6개월 무료 구독도 정가 부수로 인정하는 등 대안을 제시했다. 이후 결과는 어떻게 됐나. 처음 공개 당시 각 신문사의 발행 부수 및 유가 부수의 순위는 해를 거듭해도 크게 바뀌지 않았고, 매년 유가 부수를 공개했지만 정부의 광고단가나 기업체의 광고단가가 이를 반영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경기지역 열독·유료구독률등 1위 경인일보
77년 역사답게 호시우행 자세로 노력할 것
이번에 한국ABC협회의 유료 부수 조작이 걸려 정부가 칼을 빼 들었으나 지켜볼 일이다. 이제 각 신문사는 열독률을 올리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독자들이 하루평균 13.9분을 열독한다는 지표는 백척간두에 놓인 종이신문의 처지를 잘 대변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경인일보는 이번 조사에서 경기지역 일간지 중 열독률, 구독률, 유료구독률 등 중요지표에서 1위를 기록했다. 검은 호랑이해인 2022년 경인일보는 호시우행의 자세로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홍윤호 지역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