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심판은 때로 국민 법 감정과 괴리가 크다. 실제로 배드파더스는 지난 3년간 국가가 손 놓고 있던 '양육비 문제'를 공론화했다. 배드파더스 대표활동가 구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하는 위험을 감수한 결과이기도 하다. 구씨는 항소심 최후변론에서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아동 양육비는 생존권입니다. 필리핀 코피노 가정 중 양육비 미지급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국에도 양육비 미지급 피해 아동이 많습니다. 배드파더스를 통해 이러한 아이들을 도왔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배드파더스 활동을 일종의 '사적 구제'라고 해석했다. 벌금 100만원 선고를 유예키로 했지만, 1심 재판부에서 배드파더스의 '공익성'을 강조하며 무죄 판결을 낸 것과는 상반된다.
아쉬움이 컸다. 그간 배드파더스 활동으로 양육비를 지급한 사례만 총 1천여건을 웃돈다. 하루에 1건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신상을 낱낱이 공개하지 않았다면 배드파더스는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 있었을까. 배드파더스는 어떠한 합법적인 제도보다도 즉각적인 효과를 냈다. 그 결과 정부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실제로 제도 시행을 이끌어냈다.
구씨는 이제 대법원 판단을 앞뒀다. 구씨는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고소 고발에 시달려왔다. 그럼에도 '아동 생존권'을 위해 힘써왔다. 합법적인 제도 안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일을 개인이 해낸 셈이다. 3년간 싸움의 종지부를 찍게 될 대법 판단을 지켜보겠다.
/이시은 사회부 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