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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경인일보 DB
 

"아침밥을 못 먹었어요. 배고파요, 선생님."

수원시 영통구의 한 초등학교 사회복지사 김지연(가명)씨는 최근 복지실을 찾아오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뜻밖의 말을 들었다. '아침밥은 먹고 와?'라는 질문에 '아니요', '못 먹었어요'라는 대답이 심심찮게 들렸다.

끼니를 챙기지 못했다면 혹여 결식아동이 아닐까 싶었지만, 김 복지사와 마주한 아이들 상당수는 정부에서 말하는 '결식아동'도, '저소득층 가정'도 아니다.

수소문 끝에 김 복지사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문을 두드렸다. 단 5일 치에 그쳤지만, 긴급복지개념으로 아이들의 아침밥을 챙기기로 했다.

영통 초교 아침밥 지원 28가구중
23가구 저소득층 아닌 '일반가정'
맞벌이 등 가정환경 따른 결식 탓


해당 초교에서 지원을 받은 가정은 28가구, 이 가운데 23가구가 상대적으로 경제적 상황이 나은 이른바 '일반 가정'이었다. 저소득층 가정을 우선 선발했지만, 오히려 일반 가정의 신청이 많았다. 맞벌이 등 가정 환경적인 이유에 따른 돌봄 부재로 결식을 겪는 아이들이 발견된 것이다. 

 

김 복지사는 "신청한 가정 상당수는 1~2학년인 저학년이었다. 영통구는 맞벌이 가정이 많아 저학년들이 아침을 챙겨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학교에 오는데, 등교 과정에서 혼자 아침밥을 사 먹기도 힘들다"고 했다.

이처럼 일반 가정에서도 아침밥을 거르는 아이들이 있지만, 가정이 먼저 지원 사업 등을 신청하지 않으면 지원도 쉽지 않다.

김 복지사와 대화를 나눴던 2학년의 한 아이는 유치원 때부터 아침밥을 챙겨 먹지 못해 점심시간을 앞두고 배고픔을 자주 토로했다. 김 복지사가 직접 가정에 연락해도 되느냐고 물었지만, 아이는 원치 않았다. 매일 같이 마주하는 아이가 아침밥을 못 챙겨 먹어도 김 복지사가 개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저학년 다수, 혼자 사먹기 힘들어"
한정된 지원사업은 저소득층 우선
"정부, 책임진다 했지만 해결 요원"


특히 광교신도시 등 상대적으로 '중산층' 이미지인 영통구에서마저 확인된 돌봄 부재로 인한 결식 문제는 오늘 만의 일이 아니다.

영통구의 또 다른 초교는 이미 3년 전부터 후원을 통한 조식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저소득층 우선 선정, 매년 10명으로 한정된 사업 규모라서 해당 사업으로 조식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반 가정 등의 아동들은 또 다른 지원사업으로 방안을 찾아야 했다.

김 복지사는 "가정에서 아이들을 다 챙겨주는 게 아이 입장에서는 가장 좋다. 하지만 지금 현대사회 상황은 맞벌이 가정이 늘어 아침밥을 거르는 등 아이들에게 돌봄 공백이 생기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정부에서 돌봄을 책임져주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아침밥을 잘 챙겨 먹지 못하는 아이가 있어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토로했다. → 관련기사 3면([수면위로 드러난 '끼니돌봄 공백'·(上)] 코로나로 학교 안갈때… 삼시세끼 먹는 학생 35.9% 그쳐)

/공지영·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