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지만 최악의 대선 후보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여당 후보는 수시로 말을 바꾼다. 공약을 여론의 변덕에 맞추다 보니 후보의 진심을 알 도리가 없다. 반면 제1야당 후보는 수족 같아야 할 선대위와 당에 휘둘리는 빈약한 정치력으로 중대한 위기에 봉착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의지를 밝혔다. 설 전에 전 국민에게 최소한 25조원을 나누어주자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이 후보는 똑같은 주장을 했다. 민주당이 총대를 멨다. 정부가 반대하자 기재부를 윽박질렀다. 기재부가 국가재정법을 근거로 버티자 재정 확보를 위해 납세 유예라는 꼼수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인되자 곧바로 철회했다. 전 국민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 신설도 같은 이유로 공약의 윗머리에서 제외됐다. 종부세를 예찬하던 민주당은 이 후보의 종부세 완화 주장에 멘붕에 빠지기도 했다. 공약과 제안이 수시로 조변석개하는 바람에 국민은 이 후보의 공약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듯하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미숙한 정치력으로 청년 대표 이준석과 대선 승부사 김종인 선대위 총괄위원장에게조차 무시당한다. 당과 선대위조차 화합시키지 못하는 리더십으로 국민 통합을 외치니 대중은 코웃음 친다. 대선 2개월을 앞두고 선대위 전면해체라는 전례 없는 보수정당의 파국은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집단적인 직무유기이다. 국민은 견제 없는 1당 독주의 민주주의 폐해가 독재정부의 그것에 못지 않다는 걸 목격했다. 그런 국민에게 정당의 존립 이유를 망각한 국민의힘은 재앙이고, 이를 수습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윤 후보는 절망일 뿐이다.

역대급 비호감 후보들의 아무 말 대잔치와 자가분열로 인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중도적인 민심은 국운을 염려하는 한탄을 쏟아내며 아예 정치와 담을 쌓고 체념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이 더럽고 괴롭고 힘들다고 외면하면 안 된다. 맹목적인 이재명, 윤석열 지지자들은 입장을 바꿀 여지가 없다. 두 후보의 지지가 박스권에 갇히거나 그 안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이유이다.

역설적으로 정치를 혐오하며 거리를 둔 대중들이 선거의 승부를 결판내는 환경은 여느 대선과 다름없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며 중도적인 민심이 덜 해로운 후보를 골라내 국운을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