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언론인 수십명과 법조인, 교수, 정치인을 상대로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를 한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다. 국민의힘은 자당 의원 대부분의 통신 기록까지 탈탈 털렸다며 공수처 해체를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아내 김건희씨, 오세훈 서울시장은 수차례 자신의 통신기록이 조회됐다며 공수처가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와중에 경인일보 정치부 기자와 사회부 기자의 통신기록을 공수처와 사정기관에서 수차례 조회한 사실도 드러났다. 공수처가 중앙언론뿐 아니라 지방언론인까지 들여다본 사실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통신사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통신자료 제공 내역'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해 10월 초 경인일보 정치2부장 겸 서울취재본부장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해당 기자는 자신이 가입한 이동통신사에 문의한 결과 이런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통신조회는 공수처 수사3부로 확인됐다. 이 부서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사건을 담당하는 부서다. 지난해 11월엔 인천지방검찰청, 지난해 6월엔 2차례에 걸쳐 경기남부경찰청 등 사정기관들도 해당 기자에 대해 3차례 통신자료를 조회한 기록도 추가됐다.

공수처는 또 경인일보 사회부 기자에 대해서도 지난 8월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수처가 통신을 조회한 시점은 해당 기자가 평택 대추리 주민들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갈등 요인을 분석 비판하는 기사를 기획시리즈로 보도한 시점이다. 해당 기자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사업에 따라 삶의 터전을 빼앗긴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주민들이 15년째 겪고 있는 고통과 피해 실태를 취재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주민은 적절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생계 대책도 없이 쫓겨난 원주민들은 힘든 노년기를 보내고 있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은 공기업을 비판했다.

공수처가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 법조인 등을 상대로 무더기로 통신 기록을 들여다본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기자 가족과 외신 기자까지 전화 뒷조사를 하고도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발뺌한다. 국회에 나온 공수처장은 검찰은 수백만 건을 조회했다는 이상한 변명을 했다. 기자들은 '전화 통화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세상이 됐다'고 개탄한다. 공수처는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훼손 행위를 하게 된 이유와 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