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불확실성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에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본격적인 난방 철을 맞아 인도네시아의 석탄 수출제한에 가슴이 철렁했다. 지난달 31일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달 말까지 발전용 유연탄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중에 우리나라가 인도네시아에서 공급받을 석탄의 절반가량이 선적 중이거나 출항을 개시했다며 안도하나 안심하긴 이르다. 지난해 요소수 대란처럼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올지 가늠할 수 없는 것이다. 장기화할 경우 국제 석탄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상당한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작년에 세계 공급망을 흔들었던 '자국 보호주의 현상'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탄력을 받고 있다. 수요가 공급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자원 생산국들의 우위가 더 공고해진 탓이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까지 퍼지면서 공급망 혼란이 더 길어질 개연성도 커졌다. 프랑스 미디어광고 그룹인 퍼블리시스의 마우리스 레비 회장은 공급망 혼란이 2024년까지 지속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분위기 고조는 설상가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임 트럼프 정부의 중국 보복관세를 계승하면서 '바이아메리칸' 정책을 추가했다. 중국정부는 중국 내에서 필요한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산하는 '홍색(紅色)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등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한반도 종전을 준비 중인 한국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원천기술은 미국에서, 시장과 원자재는 중국에 의존하는 양다리 신세인 것이다.
작년 요소수사태도 미국 동맹국인 호주가 화웨이의 5세대(5G) 네트워크 참여 금지에 나서자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금지로 맞대응하면서 촉발된 것이다. 한국은 중국 수입의존도(25.1%)가 지나치게 높아 제2, 제3의 요소수 대란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 주요 수입품목 1천850개는 중국산 비율이 80%가 넘는다.
퇴임 4개월을 앞둔 문 대통령이 정부에 '비상한 각오'를 주문한 이유이다. 한중 경제의 경쟁 관계로의 전환에 따른 새로운 무역정책 수립이 요구된다.
[사설] 문 대통령의 공급망 안정 강조를 주목하는 이유
입력 2022-01-05 20:07
수정 2022-01-0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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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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